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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재취업이나 자격증 취득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명예퇴직 연령대가 40대 초반까지 낮아지면서 “언제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30~40대의 인생 2모작 준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인사평가 못 믿어” 직장인 절반 구직활동 중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92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6%가 인사평가 영향으로 이직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7.7%는 ‘인사평가의 영향으로 실제 구직활동을 한 적도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회사의 평가가 합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직장인 57.6%는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회사의 평가를)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도 6.0%나 차지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이직 의사가 높아진 이유는 인사 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불만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자격증 취득 등을 통해 제2의 길을 찾겠다는 직장인들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행한 제28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총 19만 5566명이 원서 접수에 나섰다. 한 해 전(16만 3180명)보다 3만명 넘게 증가한 것으로 2014년(11만 2331명)과 비교해 3년 새 74%(8만 3235명)이나 급증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정모(32)씨도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 1차에 합격했다. 정씨는 “회사를 퇴근한 후 매일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넉 달 가까이 시험공부를 했다”며 “관련 업계인데다 평생 자격증이다 보니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판단에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남몰래 취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성별·나이·학벌 등에 대한 편견 없이 직무수행 능력만으로 직원을 선발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하면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평가로만 직장을 바꿀 수 있어서다.
대기업 계열 조선업체에서 12년간 근무하던 김모(40)씨는 지난해 말 국내 공기업 신입사원 전형에 합격했다. 지난해까지 과장으로 일하다가 올해 신입사원으로 돌아간 것이다. 가장 어린 동기와는 무려 16살 차이가 난다. 김씨는 “월급이 40% 가까이 줄긴 했지만 정년(60세)이 보장되는데다 저녁에도 내 시간이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20대 준비생들이 포화 상태인 공무원·공기업 취업시장에 새로 30~40대까지 진입하면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3040의 재취업 움직임은 불경기 장기화에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데다 자기 주도하에 ‘저녁이 있는 삶’이나 ‘워라밸(Work&Life balanced·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한 몫하고 있다”면서도 “일자리를 두고 나이에 상관없이 경쟁하는 현재 공무원·공기업 시스템 안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