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선택한 또 다른 방법은 월세 인상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택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면 이를 월세에 전가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이는 실제 연구결과로도 나타났다.
필자가 속한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체계적인 분석을 위해 2000∼2020년 한국을 포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2개 국의 관련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택 보유세와 월세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보유세와 월세는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주택 보유세 외에도 주택가격 상승이나 은행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도 월세는 인상될 수 있는 만큼 이번엔 주택 가격, 이자율 등 월세에 미치는 다른 요인을 동일하게 조정한 후 순전히 주택 보유세가 월세에 미치는 인과관계만을 따로 분석했다. 결과는 주택 보유세가 1% 증가하면 월세는 0.06%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주택 보유세가 늘어나면 임대인은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될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시켜 월세가 올라간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주택 종합부동산세 납세자 1명이 내는 평균 세액은 601만원으로 전년도 대비 332만원 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분석을 적용하면 월세는 연간 240만원 오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늘어난 세부담의 상당 금액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주택 종합부동산세는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주택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임차인에게 그 세부담이 전가되는 등 부작용이 심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문재인정부는 종부세 때문에 전·월세가 오른다는 우려는 과장이라며 조세 전가 현상을 부인했다.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5% 제한)라는 방패도 있으니 문제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실제로도 세입자의 권리는 무시당한 경우가 많았다. 종합부동산세 인상도 나름대로 좋은 의도로 출발했겠지만 그 결과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리하게 인상한 주택 종합부동산세율을 2018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9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한 공시가격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종부세의 파급효과를 감안해 재산세와의 통합 운영 등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