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풀며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만난 기업들의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영속적일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정부 재정의 여력이 다하는 등 일정 시기가 다가오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발등의 불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훨씬 크지만, 크레딧 시장에서는 유의미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 호텔, 유통 등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큰 기업들이 여기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때문에 어떤 방식이 됐든 시장과 정부가 함께 하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비용이 덜 드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추진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상당 부분 삶의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존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NAND)사업부 인수나 두산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물로 나온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역시 현대중공업그룹, GS건설(006360) 등이 눈독을 들이는 게 대표적인 예다.
SRE 자문위원은 “코로나19는 산업구조 변화를 자극시키며 고용, 거시쪽에서의 변화를 촉발하는 요인이 됐다”며 “앞으로 경제충격을 얼마나 완화하면서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M&A 흐름이 이어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크레딧 시장도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4년말~2015년에 진행된 삼성과 한화 빅딜처럼 대형 M&A는 해당 기업의 크레딧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이 한화그룹에 매각되면서 M&A에 따른 채권자 기한이익 상실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삼성테크윈은 2015년 4월 진행된 21회 SRE에서 기업등급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44표(25.4%)로 최다 득표를 받으며 워스트레이팅 1위에 올랐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한화 빅딜이 마무리된 2014년 6월말 신용등급은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됐다. 한화테크윈은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로 사명을 변경, 현재 ‘A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모회사인 한화(000880)는 한 단계 낮은 ‘A+’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5일 10조3000억원(90억달러) 규모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결정한 SK하이닉스(000660)의 신용등급(AA)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결국 코로나19 이후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의 키는 M&A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바뀔 수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코로나19이후 지금껏 우리나라가 승자에 속하긴 하지만, 산업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꼭 필요하다”며 “개별기업들은 M&A를 잘 활용해 포트폴리오 재편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산업들은 양호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산업들”이라며 “우리 산업이 고도화되는 시발탄이 될 수 있는 만큼 결국 자본시장과 정부 정책이 얼마나 발 빨리 맞춰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단순히 고용을 몇 명 늘리는 지에 관심을 둘 게 아니라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구조 변화 등 큰 흐름에서의 진지한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