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사업에 감놔라배놔라…제로페이 불참까지 고려하는 카카오페이

양지윤 기자I 2019.11.22 02:11:00

"수수료 체계 분리 원했지만 일원화 요구에 사업 차질"
서울시 "수요자 의견 들어 계속 협의해 나갈 것"
논란 예견된 일…기존 업체와 형평성 문제도

지난 6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우리 먼저 제로페이 페스티벌’에서 관계자가 제로페이를 이용한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간편결제분야 대표 주자인 카카오페이가 제로페이 참여를 선언했지만, 서울시와 가맹점주협의회가 수수료 체계 일원화를 요구하며 기존 사업까지 관여하자 카카오페이가 참여 재검토를 시사하고 나섰다. 자칫 카카오페이의 참여가 불발될 경우 제로페이 활성화가 차질을 빚을 수 있고 향후 또다른 사업자 유치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21일 “제로페이 출범 이전에도 소상공인들을 위해 소호결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제로페이 취지에 대한 공감과 개별 회사의 서비스 정책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고 신청한 것”이라며 “기존 사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참여 여부를 심각하게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내년 초 사용자인터페이스(UI)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로페이 참여를 준비 중이었다. 카카오페이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을 키워나가면서 제로페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 사업과 제로페이의 수수료 체계를 분리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가맹점주협의회가 카카오페이의 수수료 이원화 전략에 제동을 걸면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간편결제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가맹점 수수료는 2.5% 내외다. 제로페이는 연 매출 8억원 이하에는 0%, 8억~12억원 이하 0.3%, 12억원 초과 0.5%, 12억원 이상 일반 가맹점은 1.2% 이내로 카카오페이와 최대 2.5%포인트 차이를 보인다. 가맹점주협의회는 “카카오페이가 제로페이를 자사 유료서비스 성장에만 활용할 것”이라며 참여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로페이 도입 취지가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 완화에 있는 만큼 정책 수요자들의 의견도 청취해야 한다”며 “카카오페이와 계속 협의해가겠다”는 입장이다. 제로페이 사업이 공동 가맹점·금융 네트워크 이용이 핵심인 만큼 별도 수수료 체계는 적절치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카카오페이는 “제로페이 신청 당시의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오픈뱅킹(은행권 공동 결제시스템) 확산 기조에 맞춰 자체적으로 일반결제 수수료에 대해 검토를 예정한 상황에서 압박이 가해지자 당혹해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수수료 발생 구조에 관계 없이 오프라인에서 카카오페이 결제 사용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리워드(보상)를 지급하며 가맹점의 고객 유치와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오픈뱅킹 시행에 맞춰 내부적으로 적정한 수수료에 대해 검토를 시작하는 등 수수료를 이원화하더라도 가맹점주들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참여를 둘러싼 논란은 예견된 일이었다. 제로페이 플랫폼 참여 기업이 투자를 통해 자체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상황에서 일괄적인 수수료 체계를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간편결제 업계에 따르면 가맹점 한 곳을 확보하는 데 10만~12만원이 영업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지난해 연말 기준 가맹점은 20만개를 돌파해 인프라 구축에 최소 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업체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앞서 참여한 업체들과 달리 후발 참여 업체에는 수수료 일원화를 요구하고 있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제로페이가 간편결제의 고속도로 인프라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나 현재 참여한 기업들의 독자 사업과 겹치는 영역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현 기조를 고수한다면 제2, 제3의 카카오페이가 나올 수 있어 다른 참여 기업을 끌어들이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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