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재판 개시 선언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가 시작한다.
법정에 등장한 헌재 재판관 전원이 착석했지만 법대의 맨 오른쪽(방청석에서 법대를 바라본 기준) 의자 하나가 비어 있다.
지난 1월31일 임기를 마치고 떠난 박한철 헌재 소장의 빈자리다. 후임을 대통령이 채워야 하는 자리이지만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권한을 잃은 탓에 아직 공석이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맞는 대통령 탄핵사건이 헌법재판관 8인 체제에서 결과가 판가름나게 된 이유다.
우선은 이 대행이 헌법재판관 8인이 결정한 다수 의견을 읽어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재판장이 결정문을 읽어왔던 관례를 따르는 것이다.
탄핵소추 사유 13가지를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서 헌재의 판단을 밝혀내려 간다. 쟁점별 판단이 끝날 때마다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는지를 밝힐지는 기술적인 문제여서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다.
초미의 관심사는 헌법재판관 의견이 전원 일치할 지에 달렸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재판관의 임명 주체와 평소 정치적·사회적 이념 성향, 변론절차에서 보인 적극성 및 태도 등을 토대로 입장을 추정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측일뿐 의미가 없다.
헌재도 선고 전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보안 유지에 극도로 신중을 기해왔다. 이 재판관의 입에서 선고 결정문이 흘러나올 때까지 결과는 안갯속이다.
탄핵 인용, 기각 어느 쪽이든지 재판관 만장일치로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대해 소수 의견이 존재할 경우 이를 빌미로 사회 갈등이 증폭할 수 있어서다. 만약 소수의견이 있으면 해당 재판관이 의견을 밝히거나 소수의견이 겹치면 대표로 1인이 읽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 또한 정해진 것은 없다.
선고를 마치기까지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약 30분)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은 노 대통령 사건보다 탄핵사유가 더 많고 쟁점이 복잡한 탓이다. 아울러 이번에는 소수의견이 있으면 재판관이 실명으로 의견을 밝히게 돼 있어서 시간을 더 소요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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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주문 형태는 인용, 기각, 각하 등 모두 세 가지다. 심리 도중에 당사자가 사망했을 때 ‘심판절차 종료’를 선언하지만, 이번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선택지에서 빠진다.
인용하면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 혹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등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형태로 주문이 나간다. 주문에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들어갈지도 관심이다. 역사적인 결정문인 만큼 대통령 직함을 명시하는 게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각이나 각하하면 ‘이 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각하)한다’는 식으로 주문이 내려진다.
결정의 효력은 즉시 발생하기 때문에 늦어도 이날 점심께면 박 대통령의 향후 거처가 정해진다. 탄핵심판을 주도한 이정미 대행은 13일 퇴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