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기금 30년 뒤 고갈”…국민연금 ‘투트랙’ 운용 제안
21일 KDI가 발표한 ‘KDI 포커스: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유지될 때 적립기금은 2054년에 모두 고갈된다. 당초 소득대체율 40%로 약속된 수준의 연금급여를 주기 위해서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35% 내외까지 올려야 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33%(이탈리아)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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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미래세대를 위해 완전 적립식의 신연금을 도입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연금은 연간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떨어질 정도로 저출생이 고착화된 한국 사회에서 장기적 기대수익비는 1 수준이 최대라는 전제 아래 설계된 제도다. 개혁 시점부터 납입되는 모든 보험료는 신연금의 연금기금으로 적립하고, 이에 따라 향후 기대수익비 1의 연금 급여를 지급한다.
제도 변경 이전까지 납입된 기존 세대의 보험료는 따로 분리해 ‘투트랙’으로 운용한다. 이른바 ‘구연금’ 계좌의 적립금에 대해서는 기존 약속된 기대수익비 1 이상의 급여 산식에 따라서 연금급여를 그대로 지급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부족분(미적립 충당금)은 일반재정으로 충당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KDI는 국민연금을 당장 개혁할 경우를 가정한 재정부족분은 2024년 기준 609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2029년에는 869조원까지 늘어 5년 사이 206조원 넘는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연구위원은 “구연금의 재정부족분 규모가 커질수록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합의를 얻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개혁이 늦어짐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조기에 추진될수록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신연금 요율 6.5%만 올려도 소득대체율 유지…확정기여형 전환 必”
신연금 제도 하에서라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은 15.5% 내외까지만 인상해도 현행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게 KDI의 전망이다. 출생 연도에 따른 기대수익비는 2 내외에서 점진적으로 하락해 이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06년생 이후 세대에서는 1로 수렴할 것으로 추산됐다.
일각에서는 기대수익비가 1에 그치는 신연금은 사적보험과 다를 바가 없어 국민연금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도 최소한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공적 연금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고 반론했다. 또 현실적으로 국민연금과 같은 대규모 기금의 운용수익률이 사적보험에 비해 높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급여 산정방식도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동일연령군이 납부한 보험료를 하나의 통합계좌로 묶는 코호트 계좌제(CCDC형)를 제시했다. 같은 연령대 안에서 사망자의 적립액이 생존자에게 이전된다는 점에서 개인 계좌제 대비 소득 재분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만큼 급여 수준이 변하지 않는 DB형 보다는 국민 수용성이 클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신승룡 KDI 재정·사회연구위원은 “기금이 전부 소진되고 나면 과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지점”이라며 “이 CCDC형 신연금 개혁은 일단 ‘내면 받을 수 있다’는 전제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없애는 부분에서 민심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