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제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은 세종국책연구단지 내 연구원 본사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KEI는 환경 관련 정책 및 기술의 연구개발, 환경영향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으로 최근 환경 문제가 국내외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목표 선언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원장은 “지난해 중국, 일본의 탄소중립 선언이 연달아 나왔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으로 그 흐름이 가속화됐다”며 탄소중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이같은 흐름은 국내 산업으로선 당장 ‘위기’로 다가온다. 그러나 탄소중립은 도전적 과제이면서도 경제성장의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원장은 “중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3분의 1을 배출하고 있는 나라이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전기차도 가장 많다”며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전략을 짜면 탄소중립으로 전환해도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한국 온실가스 감축 대응 잘 하고 있나
△더 치밀하고 적극적이고 신뢰감 있는 정책을 펼쳐야한다. 2018~2020년 온실가스 배출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정체되면서 ‘디커플링’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유럽사회가 그 단계에 진입했고, 한국도 그런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정점은 찍었다. 추세가 꺾이면서 9년 후인 2030년에는 유엔에 제출한 감축목표치 24.4%(2017년 대비)는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지키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2050 탄소중립을 발표하면서 빠르게 대응책이 나와 다행이다. 문제는 2050년 탄소제로가 되려면 현재 방출량 7억t을 4000만t까지 줄여야하는데, 2030년까지 24.4%가 아니라 40~45%를 줄여여 한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의 권고이긴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은.
△지금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건 단순히 에너지 전환을 의미하는 그 이상의 것이다. 문명전환이라고 봐야한다. 산업, 수송, 전기, 건물 등 부분별로 어느 분야가 얼마나 사용하는지는 이미 나와있다. 산업 현장에서 많이 배출하는 것이 철강 산화물이다. 철광석은 산화물이라 산소를 빼내야하는데 이산화탄소(CO2)로 빠져나간다. 철강을 생산하면 무조건 나오게 돼있다. 즉 탄소를 줄이라는 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수소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기술은 나와있지만 공장을 짓는 건 다른 문제다. 또 석유화학은 우리나라 5위 산업이다. 석유를 쓰지 말라고하는 건 현재로선 문 닫으라는 소리다. 원료로 석유를 쓰지 않는 방법이 나와야하는 문제다. 수송은 전기차로 다 바뀌어야한다. 유럽은 2035~2040년부터 도시 안에 아예 화석연료를 들여오지 못하게하고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기로했다. 이미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유럽 북구는 내연기관차 수입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건물에서도 화석연료를 많이 쓴다. 이런 것들이 전기로 다 바뀌어야하는데, 전기도 화석연료를 태우기 때문에 전부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사업이 빨리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수 백년에 걸쳐 일어나는 문명전환이 30년만에 가능할까.
△사회적 ‘갈등’이 큰 이슈다.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은 기술과 사회시스템이 바뀌는 것으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기도하다. 갈등이 커지면 비용 발생이 커진다. 비용이 ‘너무 크면’ 탄소중립 이행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고, 통상적으로 ‘크면’ 비효율적인 것이다. 순조롭게 진행해야 한다. 기술개발은 가능할 것이라고 보지만, 관건은 갈등 조정 비용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달렸다. 가령 7개의 석탄발전소를 지금도 짓고 있는데, 2010년 계획한 것이다. 그 사이에 세상이 바뀐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민간업자들이 돈을 댔다. ‘정의로운 전환’을 자꾸 강조하는 이유다. 전환 과정에서 손해보고 피해보는 사람을 구제해줘야한다. 국회에 상정된 에너지 전환에 관한 법률은 피해 발생을 구제해주기 위한 것이다. 유럽은 20년에 걸쳐 이미 진행했고, 우리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해결하려니 갈등이 더 큰 것이다.
-태양광·풍력발전소 건립이 환경과 생태를 파괴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우리 사회의 비전이 공유가 돼야한다. 나무가 자라 울창한 것이 보기에 좋은 것은 당연하고, 태양광 폐기물 처리 문제도 있는 건 사실이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을 20~30년으로 잡는데, 양이 많으니 잘 관리를 해야하는건 맞다. 수명이 다 한 것들을 관리하는 법적 제도적 기술적 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보면 현재 엄청난 규모를 짓고 있다. 지난해 에너지 관련 투자 80% 이상이 재생에너지 투자다. 태양광 패널 설치와 풍력이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는 정해졌고, 이미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 전기료가 화석연료보다 훨씬 저렴해졌다. 이른바 그리드 패리티다. 그런데 한국은 땅덩이가 부족하다보니 주민 보상 과정에서 비용이 오른다. 우리도 5~10년 사이에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해야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공감이 정말 중요하다. 자기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받아들이는건 쉽지 않다. 이익추구가 분출할 것이다. 하지만 이걸 다 들어주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양보를 하면서 가야하는데, 잘 안되는 사회는 양보가 부족한 사회다. 사회적 신뢰가 필요하다.
-한국형 그린뉴딜의 성공 요건은
△그린뉴딜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빌딩, 제로에너지 하우스 △수송, 전기·수소차 확대 △재생에너지 전환 등이다. 모두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정부가 40조원을 쓰면, 민간 자본이 70조원 정도 따라와 70만명의 고용 창출을 하겠다는 건데 비판이 엄청났다. 돈잔치하고 안되면 어떻게할 것이냐는 것이다. 법과 제도적 기반은 물론 민간의 참여가 잘 뒷받침돼야한다. 정부 돈은 시드머니가 되고 민간 돈이 들어와야한다. 초반에 공공자금이 투입되고 신뢰가 쌓이면 민간이 참여할 것이다. 세금은 시드머니로 보조적 역할을 해야한다. 정부를 신뢰하고 사회변화에 맞춰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 지금은 재정투자만 하겠다고 돼있지만 법적 제도적 정비가 따라야 하고 궁극적으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윤제용 원장은
△서울대 공과대학 학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환경공학 석사 △미국 뉴욕주립대 환경공학 박사 △환경부 자문위원회 서울시 수돗물 평가 위원회 위원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전문위원 △적정기술학회 회장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