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순 말모이연극제 조직위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연극제 개최 취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자순 위원장은 “각 지역의 언어와 특색, 의미를 나누고자 2019년 연극제를 시작했다”며 “살아있는 생활언어를 찾는 연극의 기능적 특성을 활용해 잊혀가는 사투리의 보존·발굴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말모이연극제(9월21일~11월6일·공간아울·후암스테이지 등 대학로 일대)는 우리말 지킴이의 한 축이라 할만하다. ‘한반도 전역의 언어, 지리, 문화 특색을 갖춘 우리말 예술축제’라는 취지 아래 전국의 지역색과 다양한 사투리를 담은 작품들을 공연한다. 1910년 주시경(1876년~1914년) 선생의 뜻을 이어 편찬된 최초의 현대적 국어사전 ‘말모이’(말을 모아 만든 것)에서 이름을 따왔다. 말모이는 사전의 순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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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제 단체 공모는 수시로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사투리를 채집하고 고증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나 대본을 갖추고 있는 단체를 뽑는다”며 “지역적 배경(특색)이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 발굴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말모이연극제는 취지를 지키기 위해 대본이 나오면 1차로 일본어 잔재·외래어를 거르고, 한국방언학회 등에 자문을 구한다. 또 예술감독, 자문위원을 둬 고증에도 힘쓴다. 뿐만 아니라 이북 사투리의 경우 실제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출신인 오진하 예술감독에게 언어감수를 받는다.
이 위원장은 “배우들은 주축이 돼 방언의 말투, 억양, 뉘앙스를 찾아 만들어가면서 무대화 작업을 한다”면서 “연극 연습 자체가 학술연구만큼 귀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올해는 8개 극단이 참가해 제주도·경상도·이북·전라도·충청도·경기도·강원도 등 지역 사투리로 공연한다. 개막작은 극단 줌의 ‘살암시난’이다. ‘살암시난’은 ‘살다 보니까’라는 뜻의 제주 사투리다. 21~25일 후암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이 연극은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그린다.
이 위원장은 “우리말에는 위계가 없다. 사투리는 지역민의 정서가 녹아 있는 한국어의 보물 창고다”라면서 “이 같은 의미에서 올해부터는 축제로 거듭났다. 서울시 민간축제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전통놀이, 우리말 체험 등이 대학로 일대에서 펼쳐진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꼽은 관전 포인트는 “사투리 맛 자체를 즐겨라”이다.
“2019년 제주말 연극을 처음 무대에 올렸을 때 관객이 따라올 수 있을까 초긴장을 했는데 기우였어요. 관객들이 연극 흐름과 정황을 보고 이해하더라고요. 이제는 지역 사투리를 배우겠다며 연극제 참여를 희망하는 배우들도 늘었어요. 말모이 연극제는 세대를 이어주는 문화콘텐츠 작업으로, 시민과 더 풍성히 나눌 수 있는 문화축제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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