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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은 왜 고영태를 보고 싶어하나

전재욱 기자I 2017.02.03 05:00:00

대리인단 "고영태 최순실 불륜으로 사건이 시작됐다" 주장
증인 소환해 마약전과 및 호스트바 경력 부각 집중할 듯
국회 "의도 불순하더라도 사실관계 안 바뀐다" 선긋기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최순실이 고영태와 불륜에 빠지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이중환 변호사가 지난 1일 헌법재판소에서 한 말이다. 어긋난 남녀의 사랑 탓에 나라가 이 꼴이 됐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의 주장은 고영태씨가 호스트바에서 일하다가 최순실씨와 연인이 되고 →더블루K 이사를 꿰차서 한몫을 챙기려 했으나 →최씨와 관계가 틀어지고 뜻대로 되지 않자→언론에 악의적인 내용을 흘렸다는 게 골자다.

◇ 고영태 마약전과 등 부각해 신뢰도↓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씨의 허무맹랑한 말에 온 나라가 놀아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증인으로 불러서 신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고씨는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인이 아니다. “최순실 취미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일” 등 고씨가 털어놓은 사실이 최순실 게이트의 시작인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측은 “고영태를 보호하고 계신 분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말을 해달라”며 고씨를 증인으로 소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리인단은 탄핵 기각을 이끌 핵심 인물로 고씨를 지목한 배경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대리인단측 한 변호사는 “증인출석 때 신문 내용을 보면 왜 고영태를 불렀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심문 내용은 전략상 사전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곽은 드러나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리인단이 고씨에 대한 신상털기식 증인신문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행실이 옳지 못하니 그의 말을 믿어선 안된다’는 논리를 전제로 한 전략이다.

앞서 대리인단은 고씨의 범죄경력조회와 형사재판 판결문을 증거로 쓰려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씨는 2009년 마약투약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고씨의 증인 신문에서 그의 마약 전과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형사 법관은 “유치해 보이기는 하지만 무리한 전략은 아니다”고 말했다.

◇ 朴 “고영태 불순한 의도로 기업에 자금 요청”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씨의 호스트바 경력을 부각하는 데도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인단에 따르면 고씨는 더블루K 이사 자격으로 롯데그룹에 70억원을 지원 요청할 당시에 자신의 이름을 ‘고민우’라고 소개했다. 민우는 고씨가 남성 접대부로 일할 당시 사용한 이름이다. 고씨가 익명을 쓴 이유가 떳떳하지 못하게 뒷돈을 챙기려 한 정황이라는 게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이다. 박 대통령 측이 최씨를 재차 증인 신문하려고 하는 것도 기업에 재단 출자를 요청하는데 있어 고씨의 불순한 의도가 반영됐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씨는 지난 16일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적이 있다.

국회 측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국회 대리인 황정근 변호사는 “설령 고씨가 불순한 의도로 사건을 폭로했다고 치더라도 사실관계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미 충분한 증인신문이 이뤄진 상황에서 고영태씨와 최순실씨를 신문하자는 것은 시간끌기용”이라고 말했다.

고씨의 신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는 지난달 17일과 25일 두 차례 증인신문에 불출석했다. 일단 헌재는 오는 9일 고씨를 증인 신문하기로 일정을 잡아둔 상태다.

고영태(왼쪽) 전 더블루K 이사와 최순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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