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별세포'가 촉감의 민감도 조절···감각장애 치료 실마리

강민구 기자I 2020.09.09 00:00:00

IBS·연세대 연구팀, 감각정보 전달 조절 이해 높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감각정보 전달을 조절하는 원리 이해력을 높이고, 감각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창준 인지·사회성 연구단장 연구팀이 정은지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별세포(astrocyte)’가 촉감을 구분해 반응하는 ‘촉감 지각 능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시상 별세포의 촉감 민감도 조절 기작 모식도.<자료=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은 별세포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분비해 주변 신경세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낸데 이어 이번 연구에서 뇌의 시상 내 별세포가 가바를 분비해 신경세포의 감각신호 전달을 제어하고, 촉감 민감도를 조절하는 원리를 알아냈다.

후각을 제외한 시각·청각·촉각 등 감각정보는 신경세포를 통해 시상을 거쳐 대뇌 피질로 전달된다. 시상이 감각신호를 받아들이는 입구이자 전달통로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별모양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에 주목해 별세포가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별세포의 가바 분비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시상 내 별세포에서 가바 생성에 핵심역할을 하는 효소인 ‘다오(DAO)’가 가바를 만들어 내며, 생성된 가바가 칼슘에 반응하는 ‘베스트1(Best1)’통로에서 분비됨을 확인했다.

또 가바가 주변 신경세포의 활성과 대사를 억제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 세포가 다양한 감각신호를 정확하고 빠르게 받아들여 반응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신경세포가 과활성되면 다양한 자극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이 밖에 가바가 시냅스의 정보 통합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신호를 제거하고,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 속도를 높여 신호 처리의 효율을 높인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가바의 양이 촉감 지각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사포 구분 실험을 진행한 결과, 다오 효소를 제거해 별세포의 가바 분비를 억제한 쥐는 정상군이 구분했던 거칠기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반면 가바 양을 증가시켰을 때 촉감 지각 능력이 향상돼 미세한 거칠기 차이까지 구분했다.

이창준 단장은 “신경세포 뿐 아니라 별세포도 인지 기능에 중추 역할을 함을 보여줬다”며 “별세포의 새로운 역할을 밝혀내 감각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뇌 질환 치료에 돌파구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뉴런(Neuron)’ 온라인 판에 9일 0시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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