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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장은 지난 24일 서울시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코로나 이후 길을 묻다’ 인터뷰에서 “앞으로 각 산업별로 2~3개 슈퍼스타 기업이 이익을 독점하는 ‘승자 독식’ 경향이 심화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총괄하는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동경제학의 대가다.
코로나19 이후 정보통신(IT), 플랫폼, 바이오 등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이같은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는 게 김 학부장의 얘기다. 다른 의미로 중하위권 기업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18일 이후 한 달간 미국 부호들의 자산은 10.5% 증가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3800억달러(약 467조원)에 달한다.
김 학부장은 신산업 육성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산업 재편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을 뉴딜정책으로 극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산업이 폭발한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석학인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대공황 당시 등장했던 전력, 내연기관, 통신 등을 두고 ‘거대한 물결(one big wave)’로 표현했다. 그렇게 파생된 게 자동차, 항공기, 가전, 라디오 등이다.
김 학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원격의료 등 비대면이 늘면서 IT 네트워크가 급격하게 발달할 것”이라며 “배달앱처럼 소비자와 생산자, 근로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플랫폼 산업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이후 세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평가(PISA·피사) 등의 결과를 보면 한국은 최하위권 학생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최상위권 학생은 선진국에 밀린다”며 “수준별 교육이라도 빨리 강화해 산업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학부장은 당면한 경제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감세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팽창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재정을 푸는 것과 함께 걷는 돈(세금)을 낮춰야 한다”며 “특히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