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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교통사고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찌그러지고 부서진 차가 아닌 듯하다. 컬러콘을 뒤집어쓴 채 망연자실한 저들인 듯 보이는 거다. ‘대체 무슨 일이죠’(2019)가 할 수 있는 전부인 저들.
작가 김지훈(35)의 작품에는 늘 특별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름 하여 ‘후라질맨’. 반은 차용한 거고 반은 창조한 거다. 국적불명 이 단어의 기둥은 영단어 ‘프레질’(fragile)이니. 깨지기 쉽고 다루는 데 무척 신경이 쓰이는 ‘취급주의’란 말이다.
이쯤 되면 정리가 될 거다. 후라질맨은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란 것을. 첨단문명으로 무장했지만 한없이 무기력한, 도움이 간절한 사람 말이다. 딱히 누구랄 것도 없다. 작가가 볼 때 현대인 대부분이 후라질맨의 자격을 갖췄다. …
연작 ‘대체 무슨 일이죠’의 배경은 주로 사고현장. 자연재해·비행기·자동차 등 가리지 않는다. 채색 없이 먹으로만 완성한, 회색위기감이 상당하다.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방배로 유중아트센터서 여는 ‘2020 서초 청년 신진작가전 김지훈 정재원 2인전’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먹. 170×240㎝. 작가 소장. 유중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