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두고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갚아 수익을 올리는 투자 기법으로, 공매도 잔고가 늘어나면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 2차전지株 공매도 잔고 ‘쑥’…엘앤에프 7.9%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스닥 공매도 잔고 상위 순위에 2차전지주가 대거 올랐다. 2차전지 소재주 엘앤에프(066970)는 2위를 기록했는데,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금액 비중이 7.91%에 달했다. 대주전자재료(078600)도 4위에 올라 잔고 비중이 높은 편에 속했다. 공매도 잔고 비중은 6.07%로 집계됐다. 대주전자재료는 2차전지 실리콘음극재를 생산하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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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장에서도 2차전지주가 공매도 잔고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생산 업체인 후성(093370)은 공매도 잔고 비중이 6.07%를 기록해, 코스피 순위서 2위를 차지했다. 동박 사업을 전개하는 SKC(011790)(4.83%)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3.88%)도 각각 순위 6위, 10위에 올랐다.
공매도 잔고 비중의 증가 폭도 최근 크게 확대하는 양상이다. 에코프로의 경우 지난달 공매도 잔고 비중은 2%대에서 등락을 보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5%대를 기록하며 두 배가량 늘었다. 에코프로비엠도 공매도 잔고 비중이 지난달 2%대 초반에서 최근에는 3% 중반대로 올라섰다.
◇ 고평가 논란 속 악재 산재…2차전지株 변동성 ‘빨간불’
2차전지주의 공매도 잔고가 확대하는 이유로는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요 둔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이달부터 전기차를 구매하는 기업 고객에 정부 보조금을 폐지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예산 부족으로 보조금 수령 요건이 대폭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용 확대, 리튬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소재 업체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커졌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광물 가격 하락은 양극재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으로 연결되고, 이는 양극재 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 외국인의 매도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와 강달러 현상, 미·중 갈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이 공매도 비중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에 속한 종목은 공매도 압력에 노출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공매도잔고가 늘어나거나 거래대금에 비해 공매도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종목에 대해선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