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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회장이 수천억대의 대형 빌딩 인수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는 것은 부영이 갖고 있는 현금 동원력 덕분이다. 지난해 말 연결 재무재표 기준으로 부영의 총 자산은 13조 1073억원.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만 5조 4714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이 회장 개인 재산도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대형 빌딩 너댓개 정도는 거뜬하게 살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부영의 특성상 매일 현금이 차곡차곡 쌓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 1983년 설립된 부영은 30여년간 ‘민간 임대주택’이란 한 우물을 파온 건설사로 유명하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전국 335개 단지에서 약 26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이렇다보니 하루에만 수십억원씩 임대 수익이 발생한다. 또 5년 또는 10년의 의무 임대기간이 지나면 분양으로 전환해 또다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부영이 아파트를 분양해 한번에 목돈을 챙기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이런 사업 모델을 갖게 된 것은 이 회장의 경영 방식이 큰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은 평소 ‘세발자전거론’을 강조해 왔다. 세발자전거는 느리지만 쓰러지지 않듯이 기업 역시 이런 방식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부영은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왔고 현재는 재계 13위(민간기업 기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또 부영의 이런 사업 구조는 이 회장의 부동산 매입에도 영향을 미쳤다. 임대 후 분양 전환 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향후 가치가 상승할 만한 곳에 아파트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안목이 자연스럽게 길러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이 회장은 최근 암초를 만났다. 지난 2월 이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K스포츠재단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80억원 추가 지원을 대가로 부영그룹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를 논의했다는 회의록이 폭로된 것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이 회장에게 “5대 거점지역 중 1개(하남) 거점 시설에 대한 지원을 부탁드린다. 1개 거점에 대략 70억~80억원 정도 될 것 같다”고 요청했고, 이 회장은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다만 저희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요청했다. 이 문제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안 전 수석의 뇌물죄 적용 여부를 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