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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직장 내 괴롭힘’ 1호로 진정되기도 하는 등 MBC의 계약직 아나운서 해고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다른 사건에서 MBC의 계약직 아나운서 해고는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MBC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계약직 아나운서 해고는 부당 해고가 아니다’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MBC는 A 아나운서와 2012년 4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뒤 몇 차례 계약을 연장했다. 이후 MBC는 2017년 12월 31일 A 아나운서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고, A 아나운서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진정을 넣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MBC가 A 아나운서에게 다른 경쟁사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등 종속성이 인정된다”며 “A 아나운서와의 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MBC의 해고는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MBC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MBC는 A 아나운서에게 계약기간 동안 일방적으로 정한 시간에 사전 연습을 시키는 등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며 “이 외에도 A 아나운서는 회사의 요구에 따라 퇴사하는 직원을 위한 감사패 제작을 위한 도안과 문구를 검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회사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MBC는 근로 관계 전반에 걸쳐서 우월한 지위에서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했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A 아나운서는 기간제법에서 정한 기간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 아나운서와 계약 기간을 거듭 갱신하면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근무했다”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사건 해고는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기간제법 제4조에 따르면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한편 2016~2017년 MBC 입사 후 계약 만료로 퇴사했던 아나운서 7명은 지난 16일 MBC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근거한 진정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MBC는 단체협약의 취지 등을 고려해 해당 사건과 관련한 1심 판결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MBC는 안광한·김장겸 전 MBC 사장 시절인 2016~2017년에 입사한 아나운서들에게 계약 갱신이 아닌 ‘특별채용’ 계획을 통보했다. 이후 계약이 만료된 계약직 아나운서 9명은 구제 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도 MBC의 해고를 부당노동 행위로 판단했다. MBC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다음 달 13일 오전 11시 첫 변론기일이 잡혀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