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공모 과정서 제출한 ''이행각서'' 수면 위로 부상
''위법사항 발견시 지위 무효에 이의 달지 않는다'' 내용
관건은 희림건축 공모지침 준수 여부…해안, 강경대응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압구정3구역’ 설계사 선정 과정이 불공정하게 이뤄진 점을 들어 해안건축이 강경 대응을 밝히고 나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설계자로 선정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건축)의 지위가 박탈될지, 이로써 회사의 신인도에까지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 번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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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조합)은 앞서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 참가자로부터 이행각서를 제출받았다. 각서에는 ‘참가인은 설계자 선정 전후로 위법한 사항이 발견되면 조합이 선정을 무효로 하는 데 대해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과대 선전’, ‘공정성 저해 행위’ 등에서 비롯한 위법 행위에 관련한 내용이다. 해안건축과 희림건축 모두 이런 사항에 동의하고 이행각서를 제출한 상태다. 두 건축사무소의 제안서가 공개되면서 이행각서 내용이 소환됐다. 서울시는 희림건축 제안서를 확인하고서 곧장 조합에 조합원 투표를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희림건축 제안서는 시가 앞서 마련해둔 압구정3구역 신속통합기획 기준안을 벗어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합원 투표는 진행됐고 결국 희림건축은 최종 설계자로 낙점됐다.
이에 앞서 시는 희림건축 등을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입찰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사안이 형사사건으로 번지면서 이행각서가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가릴 점은 ‘희림건축이 공모지침을 따랐는지’ 여부다.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일단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서울시) 유권해석으로는 ‘희림건축이 공모지침을 어겼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권해석을 뒤집으려면 근거가 탄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지침 위반은 고의든 실수든 잘못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행각서에서 조합과 희림건축이 동의한 ‘위법 사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설계자 선정과 취소는 조합 재량이다. 다만 관계를 이어가는 데에는 얽힌 이해가 복잡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는 조합이 설계자를 재선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시 입장을 보면 앞으로 남은 인허가 과정이 험난해 보인다”며 “조합이 설계자 변경을 고민해볼 대목이다”고 했다. 조합이 이행각서를 들어 ‘설계자 선정을 무효화’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 압구정재정비3구역 아파트.(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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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비는 제3자인 정비업계 이목도 크게 쏠려 있다. 사건을 어떻게 매듭짓는지에 따라 희림건축의 신인도를 좌우할 수 있어서다. 압구정3구역 정비사업은 ‘설계사 선정 잡음’으로 당분간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쇄적으로 여타 정비사업 주체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는 희림건축의 면허·영업정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해안건축이 희림건축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조처를 할지 검토까지 하는 상황이다. 희림건축은 일련의 과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