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시계판매에서 제품생산으로 사업 시작
"고효율·초소형·초정밀 가치, 모두 시계에서 시작"
"시계 기술력, 스위스 이어 아시아서 처음 인정"
"'히트프리' 잉크젯 프린터, 친환경 시대에 적합"
[나가노(일본)=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세이코엡손의 프린터, 프로젝터 등 모든 제품은 시계에서 시작됐습니다.”
| 세이코엡손이 처음 자제개발한 여성용 시계(왼쪽)와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아스트론’ 시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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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본 나가노 소재 세이코엡손(이하 엡손)에서 진행된 미디어투어에서 알라스타 엡손 PR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엡손이 추구하는 가치인 △Efficient(고효율) △Compact(초소형) △Precision Technologies(초정밀)가 시계제품 개발·제조에서 시작됐으며, 이제는 주력제품의 기술경쟁력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알라스타 매니저의 설명이다.
◇‘시계 불모지’ 극복하고 ‘동양의 알프스’ 명성
엡손의 시작은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엡손 본사 내 모노즈쿠리 박물관에는 엡손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히사오 야마자키 창립자는 가업인 시계판매업에서 시계 생산을 확대하고자 자신이 나고 자란 나가노현 스와시에 시계제조공장을 지었다. 그는 직원들에 “최고의 정밀도와 최고의 품질,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정성껏 만들자”며 “좋은 제품은 밝은 분위기의 직장에서 나오는 만큼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으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자”고 강조했다고 한다.
| 일본 나가노 스와시 소재 세이코엡손 본사(왼쪽)와 세이코엡손 모노즈쿠리 박물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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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선 1946년 회사가 처음 자체생산한 여성용 시계를 볼 수 있었다. ‘SEIKO’라는 글자가 새겨진 슬림한 디자인의 시계는 요즘 차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보였다. 이후 남성용 시계와 하이엔드급 시계 라인업을 늘렸으며 1969년에는 건전지로 동력을 얻는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 ‘아스트론’을 처음 내놨다. 스위스 유수 시계기업에 이어 엡손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시계 제품을 선보이자 나가노 스와시 역시 동양의 알프스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엡손 관계자는 “자사는 창립 당시부터 스와시와 협력하며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고 했다.
정확한 시간 측정을 필요로 하는 올림픽게임 등 스포츠 경기에서도 엡손 시계가 활용됐고, 해당 기록을 시각화하기 위한 기기로 프린터를 내놨다는 게 엡손 관계자 설명이다. 현재 프린터 사업은 엡손 글로벌 전체 매출의 68% 상당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이기도 하다. 특히 엡손 프린터는 히트프리 기술을 탑재한 잉크젯 프린터로 친환경 경험도 제공한다. 퓨저 예열, 토너 전사, 정착 등 열과 전력 소비가 많은 레이저 프린터와 달리 저전력으로 열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다. 엡손 관계자는 “엡손의 이름 자체가 EP(전자식 프린터)의 SON(후손)이라는 뜻”이라며 “프린터가 사양산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친환경을 중시하는 시점을 맞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듯 기존 레이저 프린터에서 자사 제품과 같은 잉크젯 프린터로 점차 바뀔 것”이라고 했다.
시계의 LCD 화면에 착안해 제품 개발로 이어진 프로젝터도 주력제품 중 하나다. 프로젝터에도 엡손의 핵심기술인 3LCD 기술이 담겨있다. 3LCD 방식은 3개의 LCD를 사용해 광원을 빛의 3원색을 구성하는 RGB(빨강·초록·파랑)로 분리한 뒤 프리즘을 통해 다시 합성해 스크린에 투영하기 때문에 색을 보다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다.
| 세이코엡손의 마이크로로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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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쥐’ 로봇부터 나가노 올림픽 메달까지 개발
모노즈쿠리박물관 옆 기념관에는 최초 쿼츠식 시계인 아스트론을 시작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 상용화하는 제품들이 총망라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쥐 모양의 초소형 로봇이었다.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 정도의 로봇은 불빛을 따라 움직였다. 눈에 초소형 가시광 센서를 탑재해 불빛을 보면 움직인다. 이 제품은 상용화된 제품은 아니지만 엡손의 기술력이 담겼다. 지난 1994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로봇으로 등재된 바 있다.
| 우리나라 선거용지 출력에 사용되는 엡손 프린터 제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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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선거 때 쓰이는 투표용지를 출력하는 엡손 TM-C3400 잉크젯 프린터도 전시돼 있었다. 또 프린터 제조기술을 활용한 나가노올림픽 메달을 선보이기도 했다. 엡손 관계자는 “잉크젯 프린터는 히트프리 기술이 탑재된 만큼 열을 발생시키지 않아 우주선에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프린터”라고도 설명했다.
엡손은 소비자들에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프린팅 솔루션 개발도 확대 중이다. 패션과 로봇 등에도 프린팅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것으로 엡손만의 인쇄기술로 친환경 제품 생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알라스타 매니저는 끝으로 “엡손은 205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실천하고 지하자원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으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고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