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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고촌 자이처럼 선분양을 계획했다가 후분양으로 선회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에서 가격이 턱없이 낮게 매겨졌단 불만이 팽배한 곳들이다.
올해 대전 부동산시장의 최대어로 꼽혀온 숭어리샘 아파트(탄방1구역)가 대표적이다. 탄방역 인근 역세권에 1949가구 대단지로 변모할 곳이다. 이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오는 9월 일반분양을 계획했지만, 지난달 말 HUG에서 분양보증가격을 3.3㎡당 1137만원으로 통보하자 후분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합 측에서 원하는 3.3㎡당 2000만원과 격차가 너무 커서다. 시공을 맡은 GS건설 측은 “조합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부산에서도 온천4구역, 명륜2구역 등 재건축조합들이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역시 HUG의 분양가격이 걸림돌이다. 온천4구역 ‘래미안 포레스티지’의 경우 HUG에서 통지한 분양보증가격이 3.3㎡당 1628만원으로, 조합이 기대한 3.3㎡당 1900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4043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이 2331가구에 달해 청약 대기수요가 상당하지만 청약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도 대구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단지의 후분양 전환을 검토 중”이라며 “전국 곳곳에서 후분양을 저울질하는 곳들이 상당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안정성 있지만 비용 부담…“분양가 과도한 인상 자제해야”
잇단 후분양 선회는 HUG의 분양가 통제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보다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먼저 부동산경기의 활황이 지속되면서 향후 수년간은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분양업계에 깔려 있다. 여기에 분양가격 산정에 반영되는 토지가격, 공사비용 등에서 ‘제값’을 받기 위함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땅값은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계속 오를 예정인데다, 최근엔 철근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도 폭등세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등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곳들은 건축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후분양을 해도 토지가격 상승분 정도만 반영할 수 있지만, 분양가상한제보다는 규제 강도가 낮은 이외 지역은 후분양하면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분까지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장 공사비가 통상 2000억~3000억원인데 공사비 5~10%를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이 두 배 뛰었다면 공사비도 크게 늘고, 후분양 시엔 분양가격도 오른다”며 “공사비 마련을 위한 금융비용이 들지만 이보다 이익이 더 크단 계산이 서면 후분양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후분양은 공정률 60% 이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분양 안정성을 확보한단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분양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고, 청약 일정이 늦어진단 점은 예비청약자들에게 실망감을 키운다. 중도금과 잔금을 내는 기간이 선분양에 비해 상당히 짧다는 점도 부담이다. 숭어리샘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분양 일정이 늦어진단 소식에 속상해하고 분양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걱정하는 전화가 온다”고 했다. B 건설사 관계자 역시 “예비청약자들로선 달가울리 없으니 후분양 검토에 들어갔어도 확정되기 전까진 쉬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과거엔 후분양을 늘리려해도 잘 되지 않았는데 정부 규제와 땅값·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리니 늘어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며 “청약대기자들을 위해 청약 일정을 가능한 빨리 정리하고 분양가격을 과도하게 올려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