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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다. 특히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화석 연료보다 높고,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도 한정적이다. 따라서 탄소중립 시대에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면 ‘균형과 조화’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천연가스다.
천연가스는 1987년 처음으로 수도권에 도시가스를 공급한 이래 우리 에너지 믹스(mix) 구성에서 이른바 ‘마지막 단추’ 역할을 해 왔다. 석유와 석탄, 원자력, 재생에너지 공급 계획을 수립하고 남은 부분을 천연가스로 채워왔다. 다른 에너지원보다 총 공급 비용이 비싸지만 유연성이 높아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다.
탄소중립 시대에도 천연가스의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석탄, 원자력보다는 비싸지만 풍력, 수소보다는 싸다. 전국적 공급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전력 수급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화석 연료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기도 하다.
우리 에너지 정책은 이 같은 천연가스의 역할을 충분히 반영했을까.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천연가스 도입전략·수급관리 계획 등을 담은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 국내 천연가스 수요는 올해 4509만톤(t)에서 2036년 3766만t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발전용 수요 전망은 1180만t을 줄였다. 국내 천연가스 공급을 책임지는 한국가스공사는 이 전망을 기준으로 도입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수요 감소 전망 속에선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는 대량의 장기 계약 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에너지 안보 약화와 천연가스 도입 가격 상승으로 귀결된다.
균형 있고 조화로운 에너지 믹스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우리 여건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고려했을 때 과연 현 천연가스 수급 정책이 적절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