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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도는 IPO시장…새해 잇따라 공모가 최상단서 결정

박태진 기자I 2019.01.28 05:10:00

웹케시·천보 흥행에 노랑풍선도 상단 초과
“증시 개선 영향..혁신기술·성장성도 갖춰야”
바이오 투심 옥석가리기…회계 기준 강화 적용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은 희망공모가 밴드 하단에 공모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 연초에는 증시 회복에 힘입어 상단을 찍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은 희망공모가 범위 하단에 공모가가 결정되는 게 다반사였지만, 올 연초에는 잇달아 상단을 찍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회복세와 맞물려 업종별로 올해 첫 IPO 시장에 문을 두드린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기업들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밴드 상단, 시장서 인정받은 것”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웹케시(053580)는 이달 14일 공모가를 2만6000원에 확정했다. 희망공모가인 2만4000~2만6000원의 상단에서 결정된 것이다. 수요예측에서는 총 846곳의 기관투자가가 참여해 614.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일반투자가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는 947.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총 공모금액은 252억원 수준이다.

회사 측은 “국내 유일의 기업 간 거래(B2B) 전문 핀테크 기업이라는 점이 기관투자가의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장 주관을 맡은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도 “투자자 대상으로 한 홍보(IR) 활동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년과 내후년에 더 성장할 것이라는 것에 주목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희망공모가 상단에 공모가가 결정된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인정해준 결과”라고 말했다.

정밀화학 소재업체인 천보는 공모가를 4만원으로 확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역시 희망공모가 3만5000~4만원 중 상한에서 결정된 것이다.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총 1089개 기관이 참여해 891.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청약은 오는 28일과 29일 실시한다. 최대 공모금액은 1000억원이다. 이 회사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성장성이 높은 2차전지에 들어가는 전해액 첨가제를 지난 2013년부터 생산해오면서 해당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스닥 상장 재도전에 나선 여행업체 노랑풍선은 지난 18일 공모가를 2만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희망공모가 범위 상한인 1만9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수요예측에는 총 1088곳에 달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해 978.43대 1, 공모주 청약에서는 무려 102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기업은 지난해 11월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바로 공모에 나서진 않았다. 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연말 IPO 시장 분위기가 침체돼 새해에 기회를 노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적중했다.

이처럼 연초부터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4분기 폭락장을 겪으면서 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5일 코스피지수는 연초(2일)대비 8.34%, 연중(52주) 최저치보다는 9.74% 상승한 2177.73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711.38에 마감돼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4일(648.95)보다 9.62% 올랐다. 600선에 머물던 지수는 지난 24일 올 들어 처음으로 700선을 통과한 뒤 2거래일 연속 700선을 유지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가가 높게 형성된다고 해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서는 시장이 확실히 좋아진 영향을 받고 있다”며 “현재 장외주식들도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높을 정도로 주식 쪽에 기대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B2B핀테크 전문업체 웹케시는 25일 코스닥시장에 신규로 상장했다. 이 업체는 공모가를 희망공모가 상단인 2만6000원으로 확정했다.(사진=연합뉴스)
◇바이오업계 올해는 보여줄 때

반면 올해 IPO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노테라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2만200~2만5200원이었지만, 공모가는 하단을 밑도는 1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회사는 공모물량도 당초 계획했던 60만주에서 50만주로 줄일 계획이다. IPO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도 당초 121억~151억원으로 예상했지만, 9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는 지혈용품을 비롯, 천공 임상, 단백질 약물 전달 임상 등 의료기기부터 제약으로 넘나드는 사업구조를 통해 바이오주로서 도약을 다짐했다. 하지만 의료기기 제조업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첫 바이오업체의 IPO란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높았지만,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바이오주(株)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기존 바이오업체의 개발 성과에 따라 올해 IPO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제약 업체를 바라보는 척도는 자금이 투입된 지 3~4년 뒤 엑시트(자금회수)를 하거나 매출원을 만들어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 실현 여부인데, 기존에 상장된 업체들은 올해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도 이런 척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논란으로 인해 바이오기업에 대한 회계기준이 까다로워진 것도 IPO를 준비하는 업체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공모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을 높게 적용받기 위해서는 업종별로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 센터장은 “요즘에는 주변의 권유만으로는 투자하지 않고 상품성 확인, 생산설비 자금 투입 여부 등 IPO 이전 생태계가 복잡해지면서 상장 전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모든 기업들이 그런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IT)업체들 중 굉장히 혁신성 있는 기업들 위주로 시장 기대치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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