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자산 침체기를 지나며 월급처럼 배당을 꼬박꼬박 지급받고 주가 수익까지 노릴 수 있는 월배당 ETF가 재테크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 방’보다는 변동성 국면에 예측 가능한 수익으로 MZ(밀레니얼+Z)세대부터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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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월배당 ETF는 총 26종이다. 순자산 상위를 기준으로 △KBSTAR 23-11 회사채(AA-이상)액티브 (6096억원)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2867억원) △SOL 미국배당다우존스(1960억원)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1600억원 △TIGER 미국MSCI리츠(합성 H)(1359억원) 등이 상장돼 있다.
월배당 ETF는 매월 지급되는 배당금과 은행 예·적금 이상의 배당금으로 재투자 혹은 다른 투자의 시드머니로도 사용 가능하다. TIMEFOLIO Korea플러스배당액티브 운용역인 김남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본부 차장은 “월배당 ETF 투자 기업은 주가 변동성이 낮고 경기방어주 성격이 강해 일반적인 주식 투자 대비 투자 위험이 낮다”며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장기 연금 투자와 노후자금 운용 시 월배당의 복리효과, 안정적인 주가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매월 월급의 형태로 소득을 확인하고 소비를 계획하는 현대인의 생활 패턴과도 맞아떨어진다. 매월 1% 배당을 주는 ETF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ETF를 3억원 적립한다면 연간 월 300만원씩, 3600만원의 세전 소득이 발생해 자신의 소비 수준을 계획할 수 있다.
한정판 신발, 가방 등 희소성이 있는 상품을 구입한 후 되팔면서 수익을 남기는 ‘리셀테크’를 즐기는 MZ세대들은 매달 용돈을 목표로 월배당 ETF로 관심을 넓혔다. 또한, 100만원을 투자하면 매달 0.5%~1%의 배당을 받으며 넷플릭스 구독료,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료, 스타벅스 커피값 등 MZ세대에게 포기할 수 없는 고정 지출을 월배당 수익금으로 메울 수 있다.
월배당 ETF를 연금계좌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대학생과 직장인은 연금 투자 기간 동안(세전) 월배당금을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고, 은퇴세대는 연금 인출 시기에 월배당금을 인출해 생활할 수 있는 현금흐름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고액자산가들에게도 꾸준히 재산 증식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김 차장은 “은행 예·적금은 기대수익률이 아쉽고, 주식 투자는 변동성에 손실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채권 투자는 낯설어 은행에 예금을 하는 분들이 많다”며 “월배당 ETF는 매달 0.5%~1% 이상의 고정 배당을 받으며 꾸준히 재산 증식을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했다.
◇ 고배당이 답일까? “No”
그렇다면 월간으로 분배를 많이 할 경우(고배당) 좋은 월배당 ETF일까? 전문가들의 답변은 ‘아니오’다. 단순히 고배당이 아닌 ‘꾸준히 안정적인 월배당 지급 여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TF 월분배는 주식의 배당과 마찬가지로 1주당 순자산가치(NAV)에서 분배금액만큼을 차감한다. 이에 최종적으로 내 계좌의 총수익률(주식 또는 채권가격 상승률+분배율)에 좋은지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과거의 가격 흐름이 안정적인지, 또는 분배를 지속적으로 잘 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천기훈 신한자산운용 ETF컨설팅 팀장은 “장기간 일정한 배당 수익률을 유지하는지, 주가 하락에 따른 배당 수익률 변화 등을 감안해 배당률보다는 배당금 규모가 중요하다는 기준에 부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월배당 ETF는 △1주당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과 △분배 시점의 주당 가격에 일정한 비율의 금액을 지급하는 시가배당률률 방식으로 배당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이 있다. 주당 일정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ETF는 싸게 ETF를 매입할수록 원금 대비 배당률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시가배당률률 방식의 ETF는 주당 가격이 높아질수록 배당의 절대금액도 커지게 된다.
◇ “금리 환경 따라 월배당 ETF 유형 선택”
월배당 ETF는 투자자산에 따라 유형이 나뉜다. 주식의 배당이 분배 재원이 되는 주식형, 채권의 쿠폰(이자)이 분배 재원이 되는 채권형은 투자자산이 한정적이고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더 높은 분배금을 원한다면 커버드콜(콜옵션 매도) 전략 등을 통해 옵션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등 파생상품 유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파생상품 유형은 기초자산에 추가적인 선물·옵션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 상품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들에게 권고된다”고 말했다.
시장 금리가 높은 국면에선 채권형 월배당, 시장금리 하향 안정화 국면에선 주식형 월배당 상품이 긍정적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채권은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 국면에 진입해 주식형 월배당 ETF의 기대 수익률이 더 높을 전망”이라고 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양호한 기업 실적이 예상되는 산업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월배당 상품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하반기 시장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채권형 월배당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김도형 본부장은 “유의해야 할 것은 주식, 채권, 리츠 등 자산은 언제든지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며 “월배당에 집중하느라 자산의 가격 하락 위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