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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바늘구멍인 취업문…'중고 신입'에 밀려 두번 웁니다

정병묵 기자I 2021.06.15 05:30:00

5월 취업준비자 88.9만명 전년비 6.9만명↑…역대 최다
20대 60.9만명, 30대 17.8만명 …2030 취업난 절정
“코로나 직격탄, 뽑는 곳 없고 뽑아도 중고신입 우대”

[이데일리 김대연 이상원 조민정 기자]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도 이제 눈치 보이죠.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에 휩싸여 하루하루 버팁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2021년 6월, 취업준비생들은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안 그래도 얼어붙은 취업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1년 반째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이들을 옥죄고 있다.

김모(26·여)씨는 “올해도 취업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과연 내가 경쟁력이 있을까 막막하다.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기도 어렵다”며 “부모님 모두 일을 하셔서 정부가 취준생에게 지원하는 구직수당 자격이 안 된다. 애매한 중산층 가정이라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9급 공무원과 기업을 동시에 준비 중인 심모(26·남)씨는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에 가기도 힘들고 대외활동으로 ‘스펙’ 쌓기도 어렵다”면서 “요새 기업들이 구직자에게 바라는 스펙은 점점 높아지는데 책만 들여다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작년 항공사 승무원 준비를 시작하자 마자 코로나19가 터졌다는 한모(26·여)씨는 “항공업계가 기존 직원도 잘라내는 판이다. 1년 반 동안 신입을 모집하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고 있는 요즘 왜 대학을 취업이 어려운 문과로 진학했는지 많이 후회된다”고 하소연했다.

문화예술계 취업 지망자들은 더욱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원체 일자리가 적은데다 웬만한 직장은 상당한 ‘고스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큐레이터) 자격 보유자인 김모(여·28)씨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대부분 기간제 채용인데 그마저도 석·박사 지원자가 상당수”라며 “적은 나이가 아닌데 공백이 길어지니 불안하고 좀 더 공부를 하려 해도 생활비랑 학비가 만만치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로 작년 구직자가 올해까지 이월된 상태이기 때문에 취준생들이 받는 중압감은 더욱 크다. 그나마 채용을 하는 곳들은 ‘중고 신입’을 더 우대하기에 마땅한 경력이 없는 ‘진짜 신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모(31·남)씨는 “코로나로 권고사직을 받은 중고 신입들이 신입 채용에 많이 지원하는데 진짜 신입들은 그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취준생 숫자가 역대 최다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자인업계 취업을 준비 중인 최모(27·여)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끝나고 내년에 취업경기가 풀리더라도 내년 이후 취업시장에 나오는 진짜 신입들에게 뒤질까 걱정이다.

최씨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면접 합격조차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게 요즘”이라며 “내년이면 현재 대학에서 ‘코로나19 학점 버프(우대)’를 받은 이들이 취업 시장에 나올 텐데 웬만한 학점으로는 아예 서류부터 탈락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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