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자동차 값이 오른다고 자동차 시장을 규제하면 되겠습니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죠, 이번 6·19 부동산 대책으로 당분간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은 주춤하겠지만 결국은 다시 오를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에 대한 베테랑 시장 전문가의 반응이다. 6·19 대책이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몰리는 재건축 수요를 일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강남권 이주 수요와 공급 물량을 비교·분석해 보면 규제의 허점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올 한해 1만 9626가구가 재건축 이주 수요로 이삿짐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하반기에 전체 재건축 이주 가구의 70~80%가 몰려 있다. 대표 단지가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5930가구)과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다.
그런데 올해 강남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9886가구에 불과하다. 재건축 이주 수요를 감안하면 수치상으로 1만여 가구가 연말 안에 이삿짐을 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세금 폭탄’이 될 수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정비사업을 서두르는 단지에 대한 투자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택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이르면 올 9월부터 재건축 단지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1가구, 예외적으로 2가구(전용면적 60㎡이하)의 주택 공급만 허용된다. 하지만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 중 한 단지 안에 2가구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전체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책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3년 ‘5·23 주택가격 안정 대책’을 통해 강력한 규제를 내놨지만 그 해 집값은 13.4%나 뛰었다. 지난해 11·3 대책 이후 규제 약발이 먹히지 않자 불과 7개월 만에 규제안을 또 내놨다. 정부 정책이 결국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부는 중장기적 시계를 갖고 주택 공급 확대 등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