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서 연립·다세대(빌라) 2채를 전세 물건으로 운영하고 있는 60대 이 모 씨는 전세보증금 에스크로 계좌(제3기관에 전세보증금 예치)에 대해 “무분별한 금융기관 대출, 보증기관의 무능을 덮으려 정부가 실효성 없는 대책을 들고 나와 아무런 죄도 없는 임대인들까지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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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전세 제도 개편 방안 중 하나로 언급한 전세 보증금 에스크로 계좌 도입 검토 가능성을 밝혔다. 원 장관은 “수명을 다한 전세 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보증금 에스크로 예치 도입, 임대차 3법 등 전반적인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에스크로 계좌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면 이와 관련이 없는 제3의 금융회사 등이 보증금을 맡아 안전 결제를 보장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임차인이 전세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직접 전달했다면 신탁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활용한 에스크로 계좌에 보증금 일부를 예치라고 나머지를 임대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원 장관이 언급한 에스크로 계좌는 2001년 도입된 이후 지난 2016년 시범 상품으로 출시한 적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1년여 만에 사라졌다. 당시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대금을 거래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보관해 거래안전도를 높이는 에스크로 활성화 등을 담은 ‘부동산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원 장관이 언급한 에스크로 계좌는 2001년 도입된 이후 지난 2016년 시범 상품으로 출시한 적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1년여 만에 사라졌다. 당시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대금을 거래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보관해 거래안전도를 높이는 ‘에스크로’(대금보장제) 활성화 등을 담은 ‘부동산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국토부가 우리은행, 퍼스트어메리칸권원보험, 직방과 부동산 안심거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퍼스트어메리칸권원보험과 직방이 에스크로 시범 상품을 시중에 내놓았지만 외면받았다. 수수료가 높으면 임차인이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0.05%로 저렴한 편이었지만 반대로 은행들의 관심이 덜했고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권고 사항에 불과한데다가 이점이 없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았다.
한양대역 인근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는 “7년 전에도 비슷한 대책이 나온 적 있는데 전세를 구하러 온 사람조차 그런 게 있다는 걸 모를 정도로 흐지부지 없어진 걸로 기억한다”며 “무엇보다 집주인한테 보증금을 직접 못 받고 은행이나 HUG 같은데 맡겨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면 반가워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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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에스크로 계좌 도입이 매매 거래에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전세는 임대인의 큰 반발을 살 수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 제도에 있어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임대인은 물론 수수료를 내야 하는 임차인도 반기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 역시 해당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가용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로 검토하겠다는 정도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 등에서는 월세 보증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맡겨 놓도록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는 데 이건 보증금 규모가 작아 임대인에게도 큰 영향이 없다”며 “전세 보증금을 자금조달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는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실효성이 있을지는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만일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한다면 전세보증금의 어느 정도를 맡겨야 제도의 실효성을 거두면서 거래 안전성도 담보할 수 있을지 등 심도 있는 정책 설계는 물론, 전세의 월세화 전환에 대비해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낮출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재만 교수는 “전세보증금 에스크로 계좌 도입을 시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갭투자를 줄일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반작용으로 월세의 가속화, 월세 비용 상승 등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며 “월세 세액 공제 확대와 공공임대를 늘리는 방향의 부가적인 대책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