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집 다 팔았죠"…장애인 기업 하오식품은 왜 도산위기에 몰렸나?

김보영 기자I 2018.12.13 05:00:00

이종웅 하오식품 대표 인터뷰
직원 90%가 장애인…양꼬치 제조 공정 참여
도산하는 장애 기업 수두룩…재정·자립 지원은 부족해
"장애인고용장려금 현실화·영세기업 지원 개선돼야"

이종웅 하오식품 대표. 사진제공=하오식품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장애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꿈의 직장을 만들고 싶어 사업을 시작했고 아직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 회사를 접으면 사회의 일꾼으로 떳떳이 살고 싶어하는 20여명의 직원들의 꿈도 물거품이 됩니다.”

서울 구로구 디지털밸리에 위치한 하오식품 사무실에서 만난 이종웅(64) 대표는 “정부 정책은 장애인표준사업장 등 장애인고용비율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재정, 생산성 압박 등으로 하루에도 몇 곳 씩이나 사라지는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장애인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웅(가운데) 하오식품 대표가 직원들과 식사하고 모습
사진제공=하오식품
◇장애인표준사업장 전국에 274곳 뿐

하오식품은 양고기를 양꼬치로 1차 가공해 만들어 납품하는 제조회사다. 이 회사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2014년 10월 종업원 5명으로 처음 꾸려져 현재는 일반직원 3명(관리, 전화 응대직)과 장애인 17명(제조인력) 등 총 20명이 일한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직업 활동이 곤란한 중증장애인의 안정된 일자리 창출과 사회통합기반을 조성하고자 만들어진 지원 제도다. 장애인 10명 이상 혹은 상시근로자 중 장애인의 비중을 30% 이상으로 고용하는 기업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며 장애인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장애인표준사업장은 하오식품과 같은 일반 중소기업형 표준사업장이 221곳, 대기업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53곳 등 총 274곳 뿐이다.

이 대표는 “평생을 2급 척추장애인으로 살아오며 차별을 가장 많이 겪었다. 어쩔 수 없는 신체, 정신적 능력의 한계 때문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장애인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삶을 포기해버리고 생활수급자로 받는 돈에 만족하며 사는 장애인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양복점, 포장마차, 구두공장 등 여러 일을 거치며 장애인들이 믿고 다닐 수 있는 ‘꿈의 직장’을 내 손으로 일궈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20년 전 우연히 중국 관광을 한 것이 양꼬치 사업을 시작한 계기다.

이 대표는 “20년 전 중국을 여행하다 양꼬치가 거리 음식으로 각광 받는 것을 보고 한국에도 도입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처음 문을 연 양꼬치 포장마차가 소위 대박이 나면서 가게도 여러 곳 차리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 대표는 양꼬치 사업으로 돈을 벌자 평소 꿈이던 장애인 사업장을 세울 계획을 짰다. 이 대표는 “양꼬치는 고기를 꼬치에 끼운 뒤 굽기만 하면 되기에 장애인들이 제조 과정에 참여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 본인이 장애인이었기에 제조 과정은 물론, 직원 휴식 시간과 업무 강도와 분위기까지 장애인 근로자들의 특성에 맞추려 노력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신체, 정신적 애로 사항과 특성을 잘 모르는 사업주들은 장애인 근로자들을 동등하게 대하기보다는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구속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 제한, 장애의 제한 없이 최대한 많은 근로자들을 수용하고 이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오식품 상시근로자의 90%는 장애인 근로자다. 사진은 양꼬치 제품을 만드는 직원들의 모습. (사진=김보영 기자)
◇도산하는 장애인기업 수두룩…자립 지원 제도는 부실

하오식품에서 양꼬치 제조 공정에 참여하는 장애인 근로자들 대부분은 청각, 지체 장애인들이다. 4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 대표는 “서로 부족함을 이해하고 조금 속도가 느리더라도 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장애인 50명 이상 고용을 목표로 모두가 열심히 일하지만 시대와 사업 트렌드의 변화로 회사가 운영 위기에 몰린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양꼬치가 대중화되는 과정을 보며 일반 가정에 보급할 목적으로 양꼬치 제품을 만들었지만 가정에서의 수요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탓이다.

하오식품은 꾸준한 홍보와 제품 개선으로 푸드트럭에 양꼬치를 공급하면서 활로를 찾기는 했지만 워낙 사업초기에 진 부채가 많아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 정책이 현장과 괴리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은 거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부에서 소규모 기업에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란 제도를 사례로 들었다. 10인 미만의 기업이 지원대상이어서 하오식품은 대상이 아니다.

그는 “하오식품은 직원이 20명 정도이지만 모두가 장애인 근로자로 이뤄져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장애인 기업은 존속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기업이라는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 일반 중소기업에 가해지는 여러 엄격한 규제들을 준수해야만 한다. 유일한 지원이 장애인 고용장려금이지만 이 역시 금액이 크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도산 위기에 놓인 기업의 대출 이자를 보전해주는 지원 제도 등을 운영 중이나 이마저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하오식품과 같은 영세한 장애인 기업들은 은행에서 요구하는 신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출 자체를 못 받는다”며 “수많은 장애인 기업이 생겨나지만 살아남는 기업은 손에 꼽는 이유”라고 말했다.

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전통적 사업형태의 영세 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며 “시대적 변화에 더욱 취약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되나 새로운 산업 형태를 꾀하기에 업체의 재정적 여력도, 뒷받침하는 제도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 개인소유 양꼬치가게들와 아파트마저 처분했지만 하오식품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 대표는 “60대의 적지 않은 나이에 왜 이렇게까지 희생해서 회사를 지키려 하냐는 만류도 많았다”며 “그렇지만 일을 하며 살아있는 기분을 느낀다는 직원들의 말과 활기 넘치는 표정을 보면 포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을 채용해 장애인표준사업장이 많아지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이 대표는 “물가 상승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장애인 고용장려금부터 현실화하고 영세한 장애인 기업들이 도산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제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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