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조 기업 매출이 3억”…투자자 ‘멘붕’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0일 파두는 전 거래일 대비 21.93%(5330원) 내린 1만8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다시 주가가 폭락하며 1만원대까지 밀렸다. 주가가 하락하기 전 1조50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은 이틀 만에 1조원대가 무너지며 9235억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파두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다소 충격적인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다. 파두는 올 3분기 매출액이 3억2081만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기록한 135억9243만원 대비 97.6% 하락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0억4406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기록한 325억6016만원 대비 44.6% 줄었다. 시가총액 1조원대 기업의 분기 매출이 3억원대에 불과한데다 지난 8월 상장 당시 예상했던 올해 예상 매출액인 1203억원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수급이 빠르게 이탈했다.
여기에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증권신고서 등에 따르면 파두는 상장 1개월이 지난 9월7일 825만287주, 2개월 후인 지난달 7일까지 121만4218주, 3개월 후인 지난 7일까지 370만5786주가 매각제한에서 해제됐다. 공모 후 주식 수 대비 27.41%에 이르는 수치다.
파두는 상장 과정에서 지난해 매출액 564억원이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것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약속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3만1000원) 보다 적은 금액에 거래됐으나 3일 만에 주가를 공모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상장 한 달여 만에 4만7100원까지 주가가 올랐으나 두 달여 만에 반 토막 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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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의 주가 급락에 투자자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IPO 당시 제시했던 청사진과 달리 상장 후 첫 실적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지효 파두 대표가 “파두는 굉장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계속해서 매우 강력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며 투자자를 달랬으나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IPO가 진행 중이었던 올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매출을 미리 당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파두가 상장할 수 있었던 기술성장기업 상장 특례 제도를 비롯해 상장을 대표주관한 NH투자증권과 공동주관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공동책임론도 제기된다. 엉터리 분석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다. 파두는 상장 당시 글로벌 팹리스 기업인 브로드컴 등을 비교 기업으로 내세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공시 이후 세쿼이아트리5호창업벤처전문사모투자 합자회사가 파두의 주식 보유비율을 6.92%에서 4.06%로 줄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미리 알고 대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파두 쇼크로 하반기 IPO 시장이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대주였던 두산로보틱스(454910)가 기대만큼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한 가운데 국내 최대 종합보증사인 서울보증보험은 고평가 논란에 상장을 철회했으며 2차전지 테마주 에코프로(086520)의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역시 시원찮은 IPO 흥행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수요예측에서 올 들어 최저 수준인 17.2대 1을 기록했으며 공모가 역시 희망범위 하단인 3만620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도 70.04대 1의 경쟁률로 마감하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