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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정주영' 정상영 명예회장 별세…현대家 1세대 폐막

강경래 기자I 2021.01.31 07:09:48

(상보)'산업보국' 정신으로 1958년 창업
도료·유리·실리콘 등 건자재 국산화 기여
현정은 회장과 '시숙의 난' 벌이기도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제공=KCC)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막냇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30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KCC 측은 “정상영 명예회장이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해 병원에 입원했으며, 이날 가족들이 모여 임종을 지켰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영(永)’자 항렬 현대가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가 막을 내렸다.

1936년 강원 통천 출생인 고인은 재계에서 창업주로서는 드물게 60년 이상 경영 일선에 몸담았다. 고인은 22살인 1958년 8월 건자재 일종인 ‘스레이트’를 제조하는 금강스레트공업을 창업했다.

이어 1974년 고려화학을 세워 도료 분야에 진출했고 1989년에는 건설사업 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출범한 뒤 2005년에 금강고려화학을 KCC로 사명을 변경, 건자재에서 실리콘, 첨단소재에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전문기업으로 키워냈다.

고인은 그동안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산업보국’이 기업 본질임을 강조하며 한국경제 성장과 흐름을 함께 했다. 특히 이전까지 수입에 의존해온 도료와 유리, 실리콘 등 건자재 국산화에 있어 공로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첨단 기술 확보에도 앞장서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용 봉지재 양산화에 성공했다. 이어 반도체용 접착제 상업화도 일구는 등 첨단소재 국산화에도 힘을 보탰다. 1996년에는 수용성 자동차 도료에 대한 독자 기술을 확보해 도료 기술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2003년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실리콘 원료(모노머)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한국은 독일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기술을 보유한 일곱번째 국가가 됐다.

정 명예회장은 현장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국내 기업인 중 가장 오래 현장을 지켜온 기업인이었다. 소탈하고 검소한 성격으로 평소 임직원에게 주인의식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였다. 인재 육성을 위해 동국대, 울산대 등에 사재 수백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농구 명문 용산고를 졸업한 고인은 농구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고인은 2003년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사망 후 조카며느리인 현정은 회장과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시숙의 난’을 벌이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에 이어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2000년부터 경영 일선에 나섰으며, 현재 KCC는 정몽진 회장이, KCC글라스는 둘째인 정몽익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KCC건설은 셋째인 정몽열 회장이 이끈다.

한편, 정 명예회장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함께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3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KCC 측은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라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고, 발인 등 구체적인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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