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한국 경제 성장의 근간을 이뤄왔던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는 위기 속에 전문가들은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대처하는 정부의 긴급 자금 수혈 등 현실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로, 부품회사는 부품기술력을 갖춰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466만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400만대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자동차산업의 내수·수출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펀드와 같은 외부자금을 투입해 중소 부품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협업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시장이 작아 동일한 부품으로 경쟁하는 회사도 많고 규모가 너무 작은 곳도 많다”며 “구조조정펀드와 같은 외부 자금을 투입해 부품회사 여럿을 인수·합병해 규모를 키우거나, 투자하거나, 업종 전환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되면 완성차 업체와의 관계가 보다 수평적으로 바뀌게 되고, 시장 확보를 위해 보다 글로벌 지향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동차 산업이 줄줄이 도산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 자금 지원과 추가 세제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정책금융을 확대해 기존 대출 상환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 대출에도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 끝나는 개별소비세 인하(5.0%→3.5%)를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 정책관은 “최근 8개 지역 순회하면서 부품조합과 완성차 업계까지 자동차 부품 수급체계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했다”며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조선업 협력사들과는 달리 자동차 부품사는 전국에 흩어져있어 위기지역 지정에 어려움이 있지만 조속한 시일에 공동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성장기에는 생산량의 싸움이었다면, 불황기에는 경쟁력 싸움으로 제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영섭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석좌교수는 “인풋이 없으면 아웃풋이 나올 수 없다. R&D 투자가 급선무 돼야한다”며 “현대차 판매가 줄어든 게 사드영향이 있지만 100%는 아니다. 제품 경쟁력이 위기인 것으로 일본차에 비해서 부족한 연비 개선, 글로벌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 개발 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2000년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집중해 성장한 한국 자동차 산업은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일본 도요타는 1995년부터 아세안 지역에 산업구조고도화의 관점에서 생산거점을 확보해 시장 차별화에 성공했다”며 “아세안은 국가경제성장률이 6%인 나라들로 기업의 잠재성장률은 15%에 달한다. 브릭스에서 성공했듯이 아세안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생존을 위해 능동적 글로벌화가 이뤄져야한다고도 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까지 부품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기업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노력해 해외 거래선을 개척하는 필요성이 낮았다”며 “해외 수요 기업에 대한 접촉을 강화하고 해외 업체들이 필요로하는 제품의 설계와 개발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