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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주가가 흔들린 것은 17억 달러(약 2조2377억원) 규모의 외화 EB를 발행하기로 하면서다. 전날 장마감 후 15억 달러(1조9744억원) 규모로 공시했다 하루 만에 3000억 원 가량 금액을 늘렸다. 지분의 2.8%에 해당하는 자기주식 2012만6911주로 교환청구에 응할 계획이며 주당 교환 가격은 11만1180원으로 정했다. 납입일은 오는 11일이며 만기일은 2030년 4월11일이다. EB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다.
EB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한이 지난 뒤 발행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다른 회사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즉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SK하이닉스가 가지고 있는 자사주로 갚겠다는 것이다. 주주 환원 성격이 강한 자사주가 다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만큼 주가에는 부정적이다. 여기에 이탈리아 기술센터가 문을 닫고 전 직원 해고 절차를 밟는다는 소식도 악영향을 미쳤다.
산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결정에 대규모 영업 손실을 앞두고 현금 확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8984억원으로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으며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영업손은 3조55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EB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원재료를 구매하는 등 자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심은 갈렸다. 이날 외국인이 SK하이닉스를 2430억 원어치 내다 팔았으나 개인 투자자는 1324억 원, 기관은 1093억 원어치 사들였다. 비교적 악재에 가까운 뉴스이나 개인과 기관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섰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연초 두차례의 사채 발행을 포함해 약 7조 원 수준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시장에서 우려하던 단기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일단락될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대비 지연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일련의 자금조달로 향후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확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자본 조달 방향성과 관련해 리스크로 여겨진 유상증자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업황 및 메모리 가격 전망을 기반으로 추가 조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