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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단출한 외형이지만 필요한 것은 다 들었다. 해와 달, 별, 바위와 소나무. 연초 귀한 이에게 보낼 그림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숫자와 별자리로 끌어낸 심오한 원형은 규사(흰 모래 알갱이)와 금강사(석류석 가루) 덕분에 입체적이기까지 하다. 대단한 추상성이지만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얼핏 보이는 소나무바위와 신비롭게 어울린다. 유년시절 기억으로 전통문화와 자연을 표현한다는 김유준(59)의 ‘기억속의 시간여행’(2016)은 작품 자체로도 시간여행이다. 1970년대 풍미한 단색주의, 극사실주의, 민족문화 등 한국 현대미술사의 궤적을 온전히 품은 덕이다.
29일까지 서울 용산구 소월로 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나의 하늘이야기’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릭·혼합매체. 57.0×76.5㎝. 작가 소장. 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