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널뛰는 인플레 지표…연준 피봇 기대감 '안갯속'

김정남 기자I 2023.05.13 06:05:03

시장 예상 상회한 미 기대인플레
"인플레 안 잡히면 금리 더 인상"
은행 위기에 부채 위험까지 점증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예상 밖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오면서 국채금리가 뛰었고, 주식 투자 심리는 한풀 꺾였다.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한 피봇(pivot) 기대감은 점차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기류다. 연방정부 부채 한도 협상 리스크 역시 시장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사진=AFP 제공)


◇시장 예상 상회한 미 기대인플레

1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3% 하락한 3만3300.6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16% 내린 4124.08을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35% 떨어진 1만2284.74에 마감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22% 내린 1740.85를 기록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만 해도 강보합권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오전 10시 미시건대 보고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약간 바뀌었다. 월가 예상을 웃도는 기대인플레이션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시건대에 따르면 이번달 미시건대 1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4.5%를 기록했다. 전월(4.6%) 대비 소폭 내렸지만, 시장 전망치(4.4%)를 웃돌았다. 사람들이 1년간 4% 중후반대 물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최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1년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4.4%로 4%대를 유지했다.

특히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2%로 전월(3.0%)보다 높아졌다. 시장 전망치(2.9%) 역시 웃돌았다. 지난 2011년 이후 약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근래 뉴욕 연은 조사 결과 3년 기대인플레이션(2.8%→2.9%)과 5년 기대인플레이션(2.5→2.6%) 모두 한달새 올랐는데, 미시건대 수치도 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2.0%)를 상회하며 ‘끈적끈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가 완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등을 두고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둔화 중이라는 의견과 여전히 연준 목표치를 훨씬 상회한다는 견해가 맞섰는데,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들은 후자 쪽에 더 무게가 쏠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은 일제히 약세(채권금리 상승)를 보였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008%까지 뛰었다. 전거래일 대비 10bp(1bp=0.01%포인트) 가까이 뛴 수준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464%까지 올랐다. 6bp 이상 상승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102.71까지 치솟았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최한 한 심포지엄 연설에서 “물가 압력이 식지 않고 노동시장이 둔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연준은 추가로 기준금리를 더 인상해야 할 것 같다”며 “연준 정책은 한동안 충분히 제한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우먼 이사는 그러면서 “다음달 13~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에 나오는 데이터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인사들의 근래 발언들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후 현재 연준이 다음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25bp 올릴 가능성을 17.2%로 보고 있다. 전날 10.7%보다 높아졌다. 오는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역시 줄어들었다.

◇은행 위기에 부채 위험까지 점증

‘매파 연준’ 우려가 커지면서 진정하나 했던 중소 지역은행 불안감도 점차 커졌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는 이날 2.99% 하락한 4.55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20% 이상 떨어진 이후 또 내린 것이다. 장중 4.43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외에 코메리카와 자이언스의 주가는 각각 2.14%, 1.10% 떨어졌다. JP모건체이스(-1.43%), 뱅크오브아메리카(BoA·-1.10%), 씨티그룹(-1.26%), 웰스파고(-2.19%) 등 미국 4대 은행의 주가는 모두 1~2%대 내렸다.

연방정부 부채 한도 협상 리스크 역시 시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 1개월물 국채금리가 장중 24bp 이상 뛴 5.787%까지 오른 게 그 방증이다. 이른바 ‘X-데이트’ 근방에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공포감에 투매에 나선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최소 7월 말까지는 정부가 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다음달 첫 2주 동안 디폴트에 빠질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CBO는 특히 올해 연방정부 재정적자 예상 규모를 1조50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재정 지출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공화당 측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다. 민주당은 부채 한도 상향을 두고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이를 지출 삭감과 연계하려고 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도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기대인플레이션과 함께 나온 이번달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7.7을 기록했다. 전월(63.5)보다 큰 폭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다. 시장 전망치(63.0)까지 밑돌았다. 향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60.5→53.4)는 한달새 큰 폭 떨어졌다. 현재 경제여건 지수는 68.2에서 64.5로 내렸다. 연준의 매파 통화정책 기조, 여야간 부채 한도 협상 난항, 중소 지역은행의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불안 등이 겹친 결과로 읽힌다.

칼라모스 인베스트먼트의 조 쿠식 포트폴리오 전문가는 “전반적으로 시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라며 “이를 반영해 모든 섹터가 설득력 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50% 상승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45% 올랐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31% 뛰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17% 내린 배럴당 70.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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