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고금리와 전쟁 등 거시 경제 변수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른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더 심화할 전망이 나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새내기주들이 무조건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신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돼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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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타스반도체를 포함해 이달 코스닥에 상장한 공모주 8개(스팩 제외) 중 6개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사이버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한싹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76.8%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이어 아이엠티(44.29%), 워트(36.31%), 신성에스티(0.38%), 레뷰코퍼레이션(0.2%)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11% 급락할 정도로 증시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성적이 좋지 않은 새내기주들조차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IPO 시장 분위기와 비교해도 차이가 극명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장한 10개 종목 중 수익을 낸 것은 2개 종목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새내기주들이 하락장 속에서도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었던 이유로 시장 친화적인 공모 구조를 손꼽는다.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한싹의 경우 상장 당일 주식 유통물량이 전체의 27.21%로 수급 부담이 작다. 아이엠티와 워트, 신성에스티, 레뷰코퍼레이션도 19~30%대로 양호하다는 판단이다.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반도체 관련 공모 기업이 많았던 점도 투자금이 몰린 배경 중 하나다. 공모가 대비 플러스 수익이 난 공모주 6개 중 아이엠티와 워트는 반도체 장비 기업이고, 퀄리타스는반도체는 반도체 설계자산(IP) 개발 업체다. 이들 기업은 모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며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했다. 이들의 IPO 당시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 바닥을 통과하고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새내기주들이 침체한 증시와 ‘따로 노는’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과열 기미를 보이면서 고금리가 내년까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래 가치를 주가에 선반영하는 성장주는 고금리 시기에 가치가 더 할인되는 경향이 있다.
신규 상장 종목 대다수가 성장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새내기주에 불리한 환경이 이어지는 점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수익 관리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IPO 기업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환경에서 4분기 역대급 IPO 기업 수가 대기한 탓에 옥석 가리기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동시에 여러 종목에 대한 투자 판단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당일 증시의 영향을 받아 수요예측에 참여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IPO 흥행 양극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