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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8월 입주 예정이었던 아파트 중 실제 입주가 이뤄진 가구 비율은 76.8%다. 새 아파트 열 집 중 두 집 이상은 빈집 상태라는 뜻이다. 사정이 낫다는 서울(89.1%)에서도 입주율이 90% 밑으로 떨어졌다.
일부 수분양자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분양받은 아파트를 처분하고 있다. 대구 중구 태평로3가 ‘대구역 경남센트로팰리스’에서 전용면적 84㎡형 물건이 분양가보다 1억원 싼값에 나오고 있다. 대부분 잔금을 치르지 않은 수분양자 물건이다. 이 아파트도 7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입주율이 40%대에 머물고 있다.
치열한 청약 경쟁을 뚫고 분양받은 아파트를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산연 설문조사에 응한 주택사업자 중 44.7%는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을 꼽았다.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주택을 분양받은 1주택자는 입주 후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한다. 요즘 같이 주택 매매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선 따르기 어려운 조건이다.
잔금을 치르기도 어려워졌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해서다. 초고가주택은 잔금 대출을 아예 못 받는 때도 있다. 차선책으로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구하는 방법이 있지만 최근 같이 전셋값이 하락하는 시기엔 이마저 어렵다. 신축 아파트마다 전세 물건이 쌓여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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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미입주 증가가 고착화하면 건설·부동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리라 우려한다. 서현승 연구원은 “사업자 입장에선 입주가 안 되면 잔금 회수가 안 돼 수익이 악화하고 다른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진다”며 “소비자로서도 원하는 집으로 이사하기 위한 주거 사다리를 오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