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집 중 두 집' 빈집…입주 몇 달 지나도 불꺼진 아파트

박종화 기자I 2022.10.17 05:00:00

거래절벽에 기존 주택처분 어려워져
마피 받고 분양권 ''손절'' 수분양자도
대출규제·금리상승 잔금마련 어려워
''더샵 반포 리버파크'' 입주율 10%대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더샵 반포 리버파크’. 총 140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2020년 분양 당시 전국에서 분양가가 가장 비싼 단지(3.3㎡당 7990만원)로 기록됐다. 올 7월 입주를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준공한 지 석 달이 지나도 입주율이 10%대에 그치고 있다. 입주 예정자 협의회 설문조사에선 수분양자(분양을 받은 사람) 증 약 40%가 계약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대출 규제 탓에 잔금 마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입주 예정자 협의회는 시행사에 잔금 대출 보증을 서거나 잔금·위약금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더샵 반포 리버파크처럼 공사를 마치고도 빈집으로 남아 있는 새 아파트가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굳어지면 집값·전셋값 하락을 끌어내리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8월 입주 예정이었던 아파트 중 실제 입주가 이뤄진 가구 비율은 76.8%다. 새 아파트 열 집 중 두 집 이상은 빈집 상태라는 뜻이다. 사정이 낫다는 서울(89.1%)에서도 입주율이 90% 밑으로 떨어졌다.

일부 수분양자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분양받은 아파트를 처분하고 있다. 대구 중구 태평로3가 ‘대구역 경남센트로팰리스’에서 전용면적 84㎡형 물건이 분양가보다 1억원 싼값에 나오고 있다. 대부분 잔금을 치르지 않은 수분양자 물건이다. 이 아파트도 7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입주율이 40%대에 머물고 있다.

치열한 청약 경쟁을 뚫고 분양받은 아파트를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산연 설문조사에 응한 주택사업자 중 44.7%는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을 꼽았다.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주택을 분양받은 1주택자는 입주 후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한다. 요즘 같이 주택 매매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선 따르기 어려운 조건이다.

잔금을 치르기도 어려워졌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해서다. 초고가주택은 잔금 대출을 아예 못 받는 때도 있다. 차선책으로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구하는 방법이 있지만 최근 같이 전셋값이 하락하는 시기엔 이마저 어렵다. 신축 아파트마다 전세 물건이 쌓여 있는 이유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더샵 반포 리버파크’ 투시도. (자료=엠디엠)
업계에선 이런 흐름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9월 입주전망지수는 47.7로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현승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단기간 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우려와 대출비용 부담 증가,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부동산 거래절벽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금리 안정화 여부나 정부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이런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입주 증가가 고착화하면 건설·부동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리라 우려한다. 서현승 연구원은 “사업자 입장에선 입주가 안 되면 잔금 회수가 안 돼 수익이 악화하고 다른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진다”며 “소비자로서도 원하는 집으로 이사하기 위한 주거 사다리를 오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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