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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30여년을 분단의 그늘에서 힘겨워했다. 방법은 없었다. 만들고 붙이고 그리며 흔적을 보듬는 것밖에는.
작가 송창(65)은 분단을 작업한다. 갈라지고 무너진 풍경을 가져오는 일이다. 파주·연천·포천·철원 등 전쟁이 가장 또렷하게 박힌 곳을 둘러보고 여전히 진행 중인 현실을 깨운다.
그런데 이 작업에 작가가 집착한 게 있으니 ‘꽃’이다. 2010년 찾은 연천의 유엔군 화장장, 이젠 소용이 다한 여기서 오래전 누군가 품었을 삭은 조화가 가슴을 헤집었다. 이후 작업이 늘었다. 분단풍경에 꽃을 ‘꽂는’ 것. 틈틈이 버려진 조화를 주워 캔버스에 붙였다.
‘기적소리’(2013)는 끊긴 철길에 울리는 기찻소리를 그린 작품. 환청이 웅웅 대는 화면에도 조화는 만개했다.
내달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꽃그늘’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유채·조화. 227.3×181.8㎝. 작가 소장. 학고재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