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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넥스트칩 본사에서 만난 김경수 대표는 “영상신호를 처리하는 ‘ISP’(Image Signal Processor), 영상신호를 전송하는 ‘AHD’(Analog High Definition), 여기에 자율주행에 있어 두뇌 역할을 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통합반도체(SoC, System on Chip)까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율주행을 위한 영상인식 반도체를 모두 보유했다”며 “이들 자율주행 반도체는 자동차뿐 아니라 로봇,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경수 대표가 이끄는 넥스트칩은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최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넥스트칩은 공모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중 기업공개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김 대표는 앤씨앤(092600)에 이어 두 번째로 창업한 기업을 코스닥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대우통신 등을 거쳐 1997년 앤씨앤을 창업했다. 앤씨앤은 보안용 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며 승승장구, 2007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반도체에 이어 블랙박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앤씨앤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1147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앤씨앤을 이끌던 2012년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그는 “ISP와 AHD 반도체는 모두 폐쇄회로(CCTV)카메라와 영상저장장치(DVR) 등 보안시스템에 활발히 쓰인다. 마찬가지로 전·후방카메라 등 자동차용 영상인식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라며 “하지만 막상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 뛰어드니 보안 분야와는 사업적인 성향이 전혀 달랐다. 이후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진입을 위해 오랜 기간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동차용 반도체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7년 뒤인 2019년부터 자동차용 ISP와 AHD 반도체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면서 관련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앤씨앤에서 물적분할한 뒤 넥스트칩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넥스트칩 매출액은 사업 첫해인 2019년 37억원에서 이듬해 104억원, 지난해 245억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다.
다만 자율주행에 있어 두뇌 역할을 하는 ADAS SoC는 기술적인 난이도와 함께 투자 규모 등에서 차원이 달랐다. 넥스트칩은 자체 자율주행 ADAS SoC 브랜드인 ‘아파치 시리즈’ 등 R&D를 위해 2019년 103억원과 이듬해 95억원, 지난해 171억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적자가 이어졌다.
올해도 운전자 없이 이동·주차까지 가능한 ‘아파치6’ 개발을 포함해 210억원 가량을 R&D에 투입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내년 1분기 중 아파치6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아파치 시리즈를 일본을 비롯한 국내외 유수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업체들에 공급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며 “오는 2024년 하반기부터 관련 매출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내연기관에 이어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수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1억대 안팎이다. 하지만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카메라는 자율주행차의 경우 10개 정도 적용된다”며 “일각에서는 자율주행을 온전히 실현하려면 카메라를 20대 이상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카메라 외에 라이다, 레이더 등 다른 자율주행 방식으로 반도체 영역을 확장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라이다, 레이더 관련 반도체 R&D도 검토 중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관련 분야에 빠르게 진입할 수도 있다”며 “궁극적으로 영상을 포함한 자율주행 인식 반도체 분야에서 토털솔루션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자율주행 반도체 기술을 자동차 외에 로봇, 안전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