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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리위는 7일 시작해 밤 12시를 넘겨 8일까지 연 회의에서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 대해 당원권을 6개월 정지하기로 의결했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해선 당원권 2년 정지를 의결했다.
이 대표와 김 실장은 성 접대 받은 사실을 은폐하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게 의혹 제보자를 만나 무마 시도를 지시했는지 여부를 두고 이번 윤리위에 회부됐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이 제기된 이후 김철근 정무실장이 제보자를 만나 ‘성 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를 받고 ‘7억원 투자 유치 각서’를 써줬다고 주장하면서 당 윤리위에 이 대표를 제소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이 대표에 대한 경고 혹은 당원권 3개월 정지 징계 처분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데 비해 더 강한 수위였다. 윤리위 징계 수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로 나뉜다.
이양희 당 윤리위원장은 “윤리규칙 4조인 당원으로서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 동떨어진 언행해선 안된다는 데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표는 (김철근 실장이 지난 1월 성접대했다고 주장하는 장모씨를 만나 무마를 시도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사실확인서라는 증거가치와 이 대표가 당에 미칠 영향, 김철근 실장과의 업무상 지위 관계, 사건의뢰인과의 관계, 녹취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윤리위는 성 상납 의혹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고, 그간 이 대표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를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당원권이 정지된 이 대표로선 당무를 맡을 수 없다. 당장 의결 당일인 8일부터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직을 대리 수행한다. 이 대표는 사실상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 받은 셈이다. 이 대표가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0선’으로 유력 정당 대표로 지난해 6월 당수에 오른 지 1년 만에 자리를 내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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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일 땐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내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선출·지명토록 돼있다. 6개월 미만일 땐 원내대표가 당 대표를 대신한다.
이날 윤리위 결정대로라면 국민의힘은 9월께 임시 전대를 열고 당 지도부를 다시 꾸리는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임시 전대로 뽑힌 당대표는 남은 임기만 채우도록 돼있어 2024년 총선에서의 공천권을 갖지 못한다. 이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갔다가 내년 5월께 전대를 여는 선택지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체제로 가도 되겠지만 지지율이 낮아진 국민의힘으로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만 들을 수 있다”며 “당 쇄신 차원에서 당 안팎에서의 인물로 비대위를 꾸리고 추후 전대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눈시울 붉힌 이준석, 재심 청구 나서나
이준석 대표가 반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당규상 이 대표는 징계 의결을 통지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윤리위는 재심 청구 의결을 재심 청구일로부터 30일 이내 해야 한다.
윤리위에 소명하러 입장하기 전 이 대표는 “지난 몇 개월동안 그렇게 기다렸던 소명 기회에도 불구하고 마음 이렇게 무겁고 허탈할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대표가 당 대표에게 주어진 ‘사면권’을 쓸지도 관심사다. 당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최고위 의결을 거쳐 윤리위의 징계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즉각 물러나지 않는다면 당내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번 의혹을 두고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이라고 하는 세력 쪽에서 들어오는 게 명백하다”며 배후세력으로 윤핵관을 지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