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금리인하 재료가 지속되는 동안 금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겠지만 대세 상승장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美 금리인하 기대에 국제 금값 6년만에 1400달러 돌파
24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중인 8월 인도분 금값은 장중 한때 전장보다 0.84% 오른 온스당 1414.80달러까지 치솟았다. 8월 인도분 금값은 지난 21일 온스당 1400.1달러를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국제 금값이 1400달러를 넘어선 것은 6년만이다.
지난 5년간 금값은 단단한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2011년 9월 온스당 1904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금값은 2015년 말 1050달러로 반토막이 난 이후 지금껏 1200~1350달러 사이를 오갔다.
올해 초 세계경제 둔화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금값이 박스권을 벗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미ㆍ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한 선제적 금리인하를 시사하자 금값은 1400달러까지 급등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로 이어져 구매력을 끌어올린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달러당 구매할 수 있는 금이 늘어나는 만큼, 미국의 금리인하기에마다 금값은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이 유례없는 양적완화정책(QE)을 시행했을 때가 초 호황기였다. 2009년~2011년 금 수익률은 연 24.5%, 29.5%, 10.6%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연준이 긴축으로 돌아서 금리 인상에 나선 2015년 12월에는 금값은 10년래 최저치인 1050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美연준 금리인하 일시적…금 랠리 길지 않을 것”
그러나 이번 랠리는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연준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펼친 양적완화 정책에 비하면 이번 금리인하 기조는 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탓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2012년까지 이어진 금값 폭등은 금리 인상 리스크가 상당 기간 없을 것이라는 중앙은행의 약속이 전제돼야 가능한 그림”이라며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되는 동안 금값이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실제로 금리가 인하되면 시장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타진해가면서 쉬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금값을 끌어올리는데 있어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물가 또한 저물가 기조가 전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값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 지난 4월 올해 선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 전망 대비 0.3%포인트 낮춘 1.6%로 하향조정했다.
안전자산인 금은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위험회피)하는 수단이어서 ‘실질금리(물가상승률을 차감한 금리)’가 제로(0) 수준에 가까워질수록 값이 오른다.
금리는 낮고 물가상승률이 높아 투자 손실이 우려될수록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다.
구경희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금 가격이 1400달러를 상회하는 강세장이 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근본적으로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데, 현 물가 수준으로는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금 투자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인도의 긴장 관계가 고조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로 금값이 더 오를 수 가능성은 있다.
구경희 애널리스트는 “만일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경우 글로벌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