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아직은 쌀쌀한 기온이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미뤄 온 야외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하지만 봄철 크게 벌어지는 일교차로 인해 건강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그뿐 아니라 꽃가루, 미세먼지 등도 봄철 건강문제를 발생시키는 주범이다. 때문에 봄철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 미리 확인하면 설레는 봄을 건강하게 즐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면역력 약한 아이들 감염성 질환 주의
신체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은 일교차 때문에 감기, 인후두염, 모세기관지염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들을 겪을 수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잦은 야외활동으로 인해 다양한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홍역, 볼거리, 간염과 같은 전염성 질환의 발생 위험이 커지기도 한다.
봄이 끝나가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늦봄부터 유행하는 장바이러스로 인해 뇌수막염, 수족구병까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바이러스는 생명에 직접적으로 위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이들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바이러스의 전파가 쉬워지기 때문에 특정한 질환이 유행하고 있을 때는 마트나 백화점, 놀이공원 등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를 피하는 것이 좋다.
김정아 서울의료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집단생활을 통한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홍역, 볼거리, 풍진에 대비한 MMR 백신 예방접종과 A형간염 백신 접종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바쁜 성인들, 황사에 눈·코 건강주의
야외활동이 잦은 성인들은 꽃가루 등으로 인해 비염이 자주 발생한다. 더구나 최근 황사까지 겹쳐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크게 위협이 되고 있다. 그 중 알레르기 비염은 콧속에 있는 점막이 꽃가루와 같은 특정물질에 대해 과민반응을 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 주변의 가려움증, 두통 등을 일으킨다.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막힌 코 대신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결과적으로 머리가 멍해져 업무능률이 떨어질 수 있어 치료가 꼭 필요하다.
알레르기 결막염도 비염과 마찬가지로 봄철의 불청객 황사와 꽃가루가 원인이다. 눈 간지러움, 뻑뻑함, 충혈, 화끈거림, 눈 시림, 분비물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불편감으로 인해 눈을 많이 비비게 되면 각막 손상 등의 합병증으로 시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결막염을 치료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약국에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점안액을 넣는 경우가 많으나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부비동염, 녹내장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의와 상담 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 심한 일교차, 어르신 심장 건강에 안 좋아
대표적인 노인성질환으로 알려진 심혈관 질환은 기온이 떨어지는 초겨울이나 겨울에 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겨울철(12~2월, 82만9089명)보다 3~5월에 해당하는 봄철(83만4687명)에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심장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인해 체온조절 능력이 덜어지고 겨우내 활동량이 줄었다가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혈관도 지나치게 수축하기 때문이다.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심장과 혈관기능을 조절하는 교감, 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져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기 쉬운데 수축한 혈관은 혈액응집력을 높여 혈전을 만든다. 이것이 반복되면 심혈관이 좁아진 부위에 혈전이 달라붙어 혈액 흐름을 막아 허혈성 심장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비만 등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는 고령은 주의가 필요하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외출할 경우 번거롭더라도 가벼운 겉옷이나 모자, 스카프 등을 준비해 체온저하에 대비하고 운동하기 전에도 땀이 약간 날 정도로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이외에도 미세먼지나 황사로 인해 기침, 가래 등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데, 호흡이 잘되지 않으면 심장과 혈관은 부담을 받아 심근경색 등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혈관으로 침투하면 혈액 속에 생기는 염증으로 죽상동맥경화가 악화 될 수 있으니, 황사가 심할 때는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김정아 과장은 “야외활동으로 인한 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손 씻기, 양치질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봄철 심해지는 황사나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있으므로 야외활동 시 마스크를 쓰고 축적된 노폐물 배출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수분과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