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회수 시장에서 기업공개(IPO)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A를 통한 회수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그 인수 대상이 플랫폼 기업에 집중돼 있는 것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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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롯데쇼핑의 중고나라, 카카오의 크로키닷컴(지그재그)인수에 이어 KT가 뱅크샐러드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움직임이 활발하다.
롯데쇼핑의 경우 유진자산운용이 중고나라 지분 93.9%를 115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것이다. 롯데쇼핑의 투자금은 300억원이었지만,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갖게 되면서 사실상 경영권 인수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 분할비율은 1대 0.2096159, 합병비율은 1대 0.3616699로 최종 분할합병 비율은 카카오커머스 1주당 크로키닷컴 0.0758118주로 산정됐다. 합병법인은 오는 7월 1일 출범하고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된다.
인수 구조가 전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금이 아닌 주식 스왑 등의 방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일부 구주 인수와 신주 발행을 병행하는 방식도 병행될 예정이다. 구주 인수 과정에서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 등의 지분도 일부 매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뱅크샐러드 시리즈D 단계 투자에 25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투자 구조는 뱅크샐러드 신주를 KT가 사들이는 형태로 짜여졌다. 기업가치는 종전 투자 단계인 3000억원을 소폭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M&A가 추진되고 있는 기업은 모두 플랫폼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기업들이 소비자와의 접점으로써 플랫폼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들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그재그나 중고나라는 각각 유통, 중고물품 플랫폼이고 뱅크샐러드 역시 최종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VC업계 관계자는 “쿠팡 등의 플랫폼 기업의 흥행으로 대기업이 고심하게 된 것으로 본다”며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와의 접점을 늘리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PO 일색인 회수 시장에서 “긍정적인 흐름”
회수 시장 측면에서는 반길만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VC들의 회수 통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한 수단은 IPO로 38.1%를 차지했다. 매각을 통한 회수 비중이 37.1%, 상환이 13.3% 순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매각을 통한 회수는 M&A가 아니라 대부분 장외시장 단순 지분 매각이다.
M&A 비중은 2019년에는 0.51%(69억원)를 차지해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14년 164억원(1.84%) 2015년 172억원(1.46%) △2016년 374억원(3.21%) △2017년 331억원(3.05%) △2018년408억원(3.19%) 등으로 국내 회수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다.
VC업계 관계자는 “회수 통로가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좋은 현상”이라며 “다만 인수 대상이 플랫폼 기업에 치중돼 있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우재준 aSS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대기업 각자의 발전 방향에 맞는 비즈니스를 직접 만들기 보다는 외부에서 찾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벤처 투자 생태계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간 M&A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대기업으로 인수도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경쟁을 통해 스타트업간 M&A가 활성화돼 또 하나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기업으로 성장하는 방향도 기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