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밥상물가는 정치적 이슈로 비화했다. 지난달 18일 고물가 현장을 직접 찾기 위해 한 대형마트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소위 ‘대파 발언’ 때문이다. 당시 물가현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은 여야 정치권에서 여러 말들을 보태면서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했다.
하지만 작금의 고물가 현상을 일시적 현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고물가의 아이콘이 된 사과값의 폭등은 결국 작황부진에 따른 것이다. 작황부진의 이유는 바로 이상고온이 큰 원인이었다.
최근 초콜릿의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은 작년보다 무려 3배나 오른 t당 1300만원을 돌파하며 향후 세계 초콜릿 가격의 상승을 예고했다. 국내에서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에 많이 활용하던 초콜릿 값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코코아 가격의 급등 역시 지난해 여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가나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 내린 이례적인 폭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위기가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에 그치지 않고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해외에서는 이미 상당한 연구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기는 지구온난화와 폭염’이라는 제하의 보고서가 게재됐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이 2035년에는 식량은 3.2%포인트, 전체물가는 1.18%포인트 상승을 가능케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특히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한 뒤 판매·수출을 하는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기후변화가 불러일으킬 파장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풀어 판매가격을 안정화시키고 식품업계를 불러모아 사실상 가격인하를 종용하는 근시안적 정책은 금세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기후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다가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제는 ‘기후위기대응이 백년지대계’라는 마음으로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