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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전자도 허덕였는데…증권사들 10만전자 전망 배경은?

이은정 기자I 2022.01.03 00:05:00

삼성전자 작년 주가 5.7% 하락…7만8300원 마감
공급망 이슈 등 반도체 업황 우려에 이익 전망치 하락
업황 개선 기대감 확대…공급부족 완화에 수요 늘어
"2차전지·메타버스도 반도체 업황 중장기 긍정적"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005930)가 새해 ‘10만전자’를 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동학개미와 외국인·기관의 힘겨루기 속에 삼성전자는 8만원의 벽도 넘지 못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지만, 동시에 외국인·기관의 순매도 최상위 종목에 올랐다.

올해 반도체 업황 전망은 밝다. 1년 전 주가 급등세 이후 되돌림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공급망 병목현상 등 업황 우려에 과도하게 짓눌려 상승 여력이 높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동종 업계에서도 덜 올라 상대적 매력도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이 새해 유망 테마로 꼽는 2차전지, 메타버스 등 미래 성장산업이 반도체와 맞물려 긍정적이란 전망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다만 당분간 매크로 환경 리스크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봤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작년 ‘7만전자’ 마감…개인 3조 사고, 외인·기관 3조 팔고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5.7% 하락하며 7만8300원에 마감했다.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도 축소됐다. 2020년 말 24.42%(483조5520억원)에서 지난해 말 21.21%(467조43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11일 9만1000원 고점을 찍으며 10만전자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지만, 하락전환해 8만원대에서 횡보세를 이어가다 5월부턴 7만원대에서 등락했다. 10월13일엔 6만8800원 저점을 찍고 반등에 나섰다. 12월 들어 8만원대 안착을 시도했지만, 결국 7만원대에 거래를 마쳤다.

1년간 개인과 외국인·기관은 정반대 매매 행보를 보였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의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무려 31조223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17조9784억원, 14조2511억원을 팔아치워 순매도 금액이 총 32조원을 넘어섰다. 개인들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을 다 받아낸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엔 1월 급등했던 가격의 되돌림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대 올랐을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펀더멘털 대비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하락 반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반도체 사이클 둔화 우려가 주가를 짓눌렀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주가가 업황 사이클을 6~9개월가량 선행한다고 보는데,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 이슈 등이 부각되며 전망을 흐렸다. 한국은 여타 신흥국 대비 수출 관련 시클리컬(경기민감) 업종 비중이 높다. 이에 삼성전자 이익 추정치도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고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 연말 업황 개선에 내년 영업익↑…주가 상대적 매력도 높아

지난해 12월엔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 하락폭과 기간이 예상보다 양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반도체에 대해 ‘겨울이 오고 있다’고 전망했던 모건스탠리는 넉 달 만에 ‘온난화를 만났다’고 전망을 뒤바꾸기도 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칩 공급부족 강도가 완화되며 PC, 서버 업체 중심으로 세트 생산이 개선, 메모리에 대한 세트 업체들의 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메모리 재고 축적 수요에 따른 D램 현물가격 상승은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업종 수급 개선 기대감과 함께 2022년 메모리 가격 상향 조정과 기업 이익 상향 조정 사이클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현 주가 수준이 동종업계 기업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마감가는 당해 저점 대비 13.8% 오른 수준으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000660)와 비교해 상대적 매력도가 높다는 평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종가 저점(10월12일, 9만1500원) 대비 마감가(12월30일, 13만1000원) 상승률은 43.2%로 삼성전자보다 상승폭이 3배가량 높다.

2022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도 상향 조정되기 시작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는 55조1609억원으로 3개월 전(60조2448억원) 대비 여전히 낮지만, 1개월 전(55조179억원)보다 오른 수준이다. 증권사들의 적정주가 평균치는 9만7304원이다. 3개월전(9만9190원)보다 낮지만 1개월전 9만6348원보다 상향 조정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제공=삼성전자)
◇ 2차전지·메타버스도 긍정적…“리스크 유의해야” 조언도

올해 유망 트렌드인 2차전지, 메타버스도 반도체 업황에 긍정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KB증권은 북미 4대 데이터센터 업체가 예상과 달리 메모리 주문을 늘리는 이유로 D램 재고 감소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선제적 서버 투자를 꼽았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장기 트렌드인 메타버스, 전기차 산업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되더라도 반도체는 써야 한다”며 “다만 예전보다는 업황 개선 기대감이 가격에 일부분은 반영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성장 산업 투자 확대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IT 기업들은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로 저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자동차 전장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익 증가도 중요하지만 멀티플에 주가는 빠르게 반응한다. 새해 IT가 투자 1순위인 이유”라고 짚었다.

다만 리스크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분석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고정거래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아직 메모리 업황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속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감,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 등 시스템 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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