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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미술품 특별관 검토하라"…송현동·용산 후보지로

오현주 기자I 2021.04.30 00:15:01

문 대통령, 기증뜻 살릴 별도공간 마련 지시
"걸작들 국민 감상 기회 고맙고 자랑스러워"
문화계 "전용 '이건희미술관' 설립이 관건…
과거 삼성미술관 지으려던 송현동 상징적"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s·위)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1751). 한국근현대미술과 고미술 분야에서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이건희컬렉션의 대표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관 마련 검토” 지시에 따라 정부가 기증품 2만 3000여점을 위한 전용공간 마련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건희 회장이 미술품을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이건희(1942∼2020)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000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전용관 마련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내부 회의에서 이 회장의 기증품의 내역을 보고 놀라움을 표한 뒤 “기증품을 받은 국립기관에 ‘이건희 특별관’을 설치해 고인의 뜻을 기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고인의 기증으로 동서양 걸작들을 감상할 수 있게 돼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건희컬렉션 중 2만 1600여점을 기증받은 국립중앙박물관, 1400여점을 기증받은 국립현대미술관 내에 새로운 전시공간을 만들거나, 별도의 미술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당장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바빠질 전망이다. 전날 이건희컬렉션 기증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연 황희 문체부 장관은 기증품을 관리·운영할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이건희미술관’으로 정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대답한 바 있다. 황 장관은 “현재 수장고도 부족하고 미술관 추가 건립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근현대로 카테고리화할지 기증자 이름으로 할지는 즉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술계에서도 ‘이건희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목소리는 계속 불거져 나왔던 터다. 초일류 컬렉션을 한 데 모으는 것이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에서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막대한 분량의 컬렉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고인의 유지를 살릴 수 있는 전용 전시관 설립이 관건”이라며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 대사관 직원숙소 터와 국립중앙박물관이 위치한 용산 등이 후보지로 오르내린다”고 말했다.

송현동 부지는 과거 삼성가에서 미술관을 지으려다 그만둔 곳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전신인 삼성미술관을 짓기 위해 매입했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지자 포기했더랬다. 장소가 가진 의미로 볼 때 다른 지역보다 상징성이 높다. 대한항공이 소유했던 이 땅은 최근 서울시가 매입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이건희 컬렉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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