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투자를 고려하는 기관과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도 지난해 5월 탈석탄을 선언한 이후 구체적인 석탄채굴·발전산업의 범위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연구용역을 맡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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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 여건 고려해 녹색채권 투자 허용해야”
이 이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ESG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공인회계사다. 지난 2013년 국내 최초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자문부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녹색채권 등 정부 기후금융 자문을 다수 맡으며 내공을 쌓은 그는 “공공부문과 민간 금융사들을 자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양쪽의 균형 있는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연금으로부터 딜로이트안진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연구용역 참여 계기를 밝혔다.
딜로이트안진은 최종 보고에서 석탄발전산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0%와 50%로 나눠 총 3가지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이사는 국내 시장 여건을 고려하는 동시에 저탄소 경제 전환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정량기준과 정성기준을 함께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연기금 기준을 준용하며 국내 여건을 고려한 균형 잡힌 안을 제시하는 데 방점을 뒀다”며 “석탄사업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대안이 되도록 현실적으로 녹색채권(Green Bonds)에 대한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채권은 환경친화적 활동이나 사업 등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 채권을 뜻한다.
특히 이 이사는 국민연금의 탈석탄 투자 기준이 다른 기관에 영향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국민연금의 전략적인 판단이 탈석탄을 선언한 다른 국내 기관투자자에게 실질적인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순환경제도 이슈가 되면서 석탄뿐만 아니라 플라스틱과 같은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제한 및 배제 전략) 대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이사는 “탈석탄을 선언하거나 ESG 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실질적인 활동이 아니라 수단에 그칠 뿐”이라며 “실질적인 ESG 경영이나 지속 가능한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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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는 ESG가 활성화하면서 책임투자뿐만 아니라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팩트 투자를 위한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부가 지난해 말 한국형 녹색경제분류체계인 ‘K-텍소노미’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로드맵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이 이사는 국내 ESG 투자의 현주소에 대해 “책임투자 영역은 세계적인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임팩트 투자는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미국에서는 IT 갑부들의 자선재단, 유럽에서는 공공자금이 재무적 성과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듯이 우리나라도 전체 연기금 차원에서 임팩트 투자를 위한 설계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이 이사는 최근 국내 시범사업 중인 K-텍소노미와 관련해서도 “처음으로 국내에 적용할 녹색분류체계를 만든 것은 의미가 있지만, 유럽 금융사도 5년 로드맵을 세운 것처럼 우리나라도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번 정부의 ESG 기조는 규제보다 지원 중심의 접근이 이뤄질 것 같은데 임팩트 투자 활성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 프로필
△2019년 카이스트 MBA △2020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자문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