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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로손과 훼미리마트 점포는 눈에 띄는데 세븐일레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박집 주인과 얘기 중 세븐일레븐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오키나와에는 세븐일레븐이 없다”고 하더군요. 편의점에 물건을 공급하는 물류센터가 있어야 편의점 설치가 가능한데 오키나와에는 아직 세븐일레븐 물류센터가 들어서지 않은 탓이랍니다. 민박집 주인은 세븐일레븐 본사에서 물류센터를 짓고 있어 2년 뒤에는 오키나와에서 세븐일레븐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편의점은 물류사업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편의점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키워드는 ‘공유경제’입니다. 지금까지 편의점이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판매망이었다면 이제는 공유망이 되려고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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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산을 들고 온 날은 비가 안 오고, 우산을 안 들고 온 날 비가 내리는 머피의 법칙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입니다.
정 급할 때는 편의점 등 근처 가게에서 사면 되지만 이미 집에 숱하게 있는 우산을 또 사는 게 아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비가 올 때만 우산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사업이 우산공유서비스입니다. 대여료는 1일 70엔, 부담 없는 가격으로 한 달 내내 빌린다고 하더라도 최대요금은 420엔에 불과합니다. 우산을 분실했을 때는 840엔을 내면 됩니다. 일단 4개 점포에 우산 20~30여개를 비치해 2020년 2월까지 시범사업을 해본다는 계획입니다.
편의점의 공유경제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훼미리마트는 주차장 한구석에 코인라운드리(동전세탁소)를 열었고 세븐일레븐은 소프트뱅크·도코모 등 일본 통신사와 연계해 자전거 공유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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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 공유경제를 비롯해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이유는 경쟁 격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때문입니다. 일본 편의점 업계는 점포 수와 총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고객 수는 줄어들면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기준 편의점 방문 고객 수는 157억 673만명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젊은 고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일본 편의점의 주력상품인 도시락 등을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버이츠(Uber Eats) 등 배달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편의점 매출엔 악재입니다.
일본 편의점 업계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90년대 초 편의점 점포 수와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자 역시 성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위기감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 편의점 업계는 단순한 소매업을 벗어나 ‘삼각김밥’(오니기리) 등 가정에서 만들 음식까지 취급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일본 편의점업계가 공유경제를 통해 또 다시 삼각김밥을 만들어낼 지 주목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