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출 빗장 풀었다지만...소득 한도에 막혀 헛걸음"

서대웅 기자I 2022.04.13 05:00:00

대출 금리↓·한도↑…지점 대출창구는 ''한산''
DSR규제·고금리 기조에 대출보다 상환 증가
일주일새 가계대출 1.2조 감소
이달 말까지 3조 이상 줄어들 듯

[이데일리 서대웅 김정현 기자] 12일 오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소재 A은행 지점은 단순 인출·송금업무를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가득했다. 반면 대출상담 창구만은 한가한 모습이었다.

대출창구에서 근무 중인 K대리는 최근 대출동향을 묻는 질문에 “요새 대출 받겠다는 수요가 줄었다”며 “봄에는 이사 수요가 많은데도 대출 문의도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하루 6~7건가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담문의가 이어졌는데 최근에는 하루에 2~3건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출상담을 받으러 온 고객도 소득 및 주택 규제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오피스텔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L씨는 전세 만기를 앞두고 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지점을 찾았다. 주택 구입을 계획 중인 L씨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탓에 좌절했다. 그는 “연소득 4600만원으로는 대출 한도가 2억5000만원”이라며 “서울 변두리 아파트도 구입은 힘들어 전세계약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속속 풀고 있지만 대출 창구는 여전히 차가운 분위기다. 지역에 따라 대출 문의가 늘어난 곳도 있지만 실제 대출실행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은행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B은행 대출상담을 하고 있는 S과장은 “최근 은행이 대출조건을 완화한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장에서 변화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인근 주택가격이 대부분 15억원을 넘어 대출 받을 수 있는 돈이 적다”며 “대출 가산금리를 약간 내렸다고 고객이 늘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C은행 지점의 한 직원도 “대출 문의는 조금 늘어났지만 막상 대출금리를 듣고는 망설이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며 “실제 대출이 늘어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실제로 이달 들어서도 돈 빌리는 사람보다 갚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702조269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조1668억원 줄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이달 말엔 3조원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가계대출 감소폭은 지난 1월 1조3634억원에서 2월 1조7522억원, 3월 2조7436억원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한도를 대거 올린 신용대출 잔액은 이달에만 4433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4.73%(6조6009억원) 급감했다.

이는 DSR 규제가 이어지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 크다. 서울 중림동에 있는 은행의 가계대출총괄팀장(부지점장)은 “금리가 너무 올라 대출 수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대출상담 고객 중에서도 DSR 규제로 한도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중 5대 은행의 1~2등급자 대상 신용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지난 2월 3.52~4.08%로, 1년 전(2.45~2.75%)과 비교하면 은행별로 1%포인트 이상 올랐다. 신규 수요자나 추가로 대출받으려는 경우는 올해부터 총대출금이 2억원 초과 시 DSR 40% 규제를 받아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으면 안 된다.

한 시중은행 본점의 여신담당 부장은 “개인 대출 한도를 소득 범위 내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 효과가 1분기에 이어 이달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정부 행정지도에 따라 신용대출을 연봉까지만 취급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을 비롯해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올렸지만 연봉이 높은 차주들만 한도 상향 혜택을 볼 수 있다.

은행들은 정부 규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대출 문턱을 계속 낮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 대출 태도지수는 6으로 1분기(-9)보다 15포인트 올랐다. 특히 가계에 대한 대출 태도는 11로 1분기(-14)보다 큰 폭으로 높아졌다. 지수가 양(+)이면 대출심사가 완화될 것이라고 답한 금융사가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DSR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대출 수요자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