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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점점이 박힌 수많은 나무. 패인 골, 흐르는 물을 감출 만큼 포개고 포개 산을 세우고 해에 닿았다. 울룩불룩 정교한 입체감을 들여다보다가 촘촘히 꽂아둔 핀이 아닐까 했다. 푸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한 머리를 가진 엄청난 핀. 그 위를 거대한 빛덩이가 누르고 있다고.
작가 윤겸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망망한 풍경을 그렇게 화면에 옮겨놓는다. 보이는 대로가 아니란다. 눈에 담았다가 마음으로 보내 다시 빼낸 ‘심상’이란다. 나무든 숲이든 햇빛이든, 보는 이가 그렇게 믿고 싶을 뿐, 그저 지독하게 자연을 닮았을 뿐이란 거다.
이유가 있다. 화가에겐 치명적이라 할 왼쪽 눈의 시각손상이 가져온 착시 때문이란다. 어차피 본다는 건 마음이 하는 일이란 생각까지 오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으리라. 200호 대작 ‘정복할 수 없는 산’(An Unconquerable Mountain·2018)을 감히 정복한 듯 보인다.
4월 6일까지 서울 용산구 소월로 아트모라갤러리서울서 여는 개인전 ‘망망’(Endless Boundary)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93.9×260.6㎝. 작가 소장. 아트모라갤러리서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