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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살이 키가 된다’라는 속설이 있을 만큼, 우리는 아이들의 비만에 너그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맞지 않는 옛말이다. 몸속에 체지방이 쌓이면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아 면역력도 떨어지고 키 성장호르몬 분비도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늘어난 체지방에서는 ‘렙틴’이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이것이 내분비계에 혼란을 줘 성호르몬이 다량 분비되면 성조숙증까지 초래한다. 비만은 키 성장에 가장 주의해야 할 요인이다.
소아비만이 늘며 우려대로 성조숙증도 늘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무렵 성조숙증으로 진료받은 환아는 10만을 넘어 13만, 16만 명을 넘어섰다. 예전부터 성조숙증이 증가세이긴 했지만, 최근 1~2년 동안 비정상적인 급증세를 보인 것이다.
성조숙증으로 사춘기가 빨리 시작하면 성장 마무리도 빨라지고, 또래보다 키 성장이 일찍 멈춘다. 최종 키가 아이가 본래 자라야 할 키보다 작을 확률이 높다. 심하게는 10cm 이상의 손해를 평생 안고 가야 한다.
따라서 이제부터 성장 관리의 첫 번째로 소아비만을 다잡아야 한다. 매끼 성장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식사를 골고루 할 수 있도록 하고, 활동량을 높이자. 가족과 함께 식사 준비를 해보거나 다 함께 식사 후 산책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기름을 덜 쓰는 조리법에 신경을 써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전문클리닉을 통해 아이의 성장 상태를 점검하고 아이의 체중 관리를 위한 정보와 조언을 얻을 수도 있다. 단, 성장기인 만큼 섣불리 식사를 제한하는 약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번 저조해진 키 성장을 다시 건강하게 되돌리는 일은 이전보다 많은 수고가 따른다. 하지만 소중한 아이들의 키 성장을 조금이라도 되돌려주기 위해, 부모와 아이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