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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재판장에서 봤던 대부분 피고인들은 죄가 무겁든 가볍든 긴장하고 반성하는듯한 모습이라도 보였지만 최윤종은 달랐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저항을 많이 해서 일이 커졌다”고 범행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서 찾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같은 최윤종의 태도는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우선 반성하는 태도가 재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양형 기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양형 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의미합니다. 법관은 법정형(법률에 규정돼 있는 형벌) 중 선고할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법률에 따라 형의 가중 또는 감경함으로써 처단형을 내리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한 선고형을 정하고 형의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가장 중요한 것이 양형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살인의 경우 형법에 따른 법정형은 최소 징역 5년에서 최대 사형에 이릅니다. 법관은 정해진 양형 기준에 따라 형량을 결정하게 됩니다.
‘반성하는 태도(진지한 반성)’는 양형 기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반성 정도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는 이가 실형을 선고받기도 합니다. 형법 제51조에 따르면 △범인의 성행 △범행 후의 정황 등이 양형에서 참작해야 할 요소입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에 따르면 양형위원회는 △범죄의 일반예방과 피고인의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결국 진지한 반성이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최윤종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살인은 5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①참작 동기 살인 ②보통 동기 살인 ③비난 동기 살인 ④중대범죄 결합 살인 ⑤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이 있습니다. 최윤종의 경우에는 성범죄와 결합된 살인으로 ④유형에 해당합니다. ④유형의 경우 최소 징역 17년에서 최대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양형인자에 ‘반성의 정도’가 들어 있기 때문에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경우 최대 사형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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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진지한 반성에 의한 감형’은 국민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 중 하나입니다. 성폭행범이 공탁금을 내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 같은 우려를 파악하고 있는 양형위원회 역시 진지한 반성의 기준을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 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여부 등을 조사, 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같은 양형위원회에 노력에도 ‘진지한 반성’을 가려내기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반성문입니다. 범죄자들의 반성문을 대필해주는 업체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필업체들은 보통 A4용지 1장당 최소 5만원에서 최대 10만원까지 받고 있습니다. 재판장 입장에서 피고인이 반성문을 제출하고 공탁금을 내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감경요소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성범죄 사건 피고인 약 71%가 진지한 반성을 한다는 이유로 감형받았습니다.
반성하지도 않는 최윤종을 보면 울화가 터지지만 반성을 하지도 않으면서 감형을 위해 대필한 반성문을 제출하고 공탁금을 내는 범죄자들을 봐도 화가 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송 의원이 지난해 1월 발의한 ‘반성문 꼼수 근절법’입니다. 해당 법안은 법관이 양형을 참작할 때 피해자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습니다. 피해자 중심 관점에서 가해자의 반성 정도를 보자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