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총리 부활시켜 …글로벌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해야"

강민구 기자I 2022.04.07 02:43:51

[인터뷰]김우식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노무현 정부때 생긴 과기부총리제
우주개발 기틀 마련했지만 이후 폐지
거시 전략 부처간 조정위해 필요
실행력 없는 민관위원회론 역부족
예산 배분, 조정권 가진 조직 있어야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민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국가가 번영하려면 과학기술부총리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경제 전문가가 총리 후보자가 된 만큼 경제·사회부총리 권한은 줄이는 융통성을 발휘하고, 과학기술부총리를 부활해 새로운 국가 과학기술 지휘체계로서 글로벌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해야 합니다.”

김우식(82)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과기부총리제 신설과 과학기술 패권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든이 넘은 과학기술계 대표 원로인 그는 인터뷰 내내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우식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 과학기술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는 과기부총리제를 지낸 인물이다. 오명 전 부총리에 이어 2년(2006년~2008년) 동안 과기부총리를 역임했다.

김우식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사진=창의공학연구원)


◆28번 관계부처 회의 끝에 우주개발진흥계획 만들어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으로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최대 관심사다. 과학계에서도 과기부총리제와 대통령 직속 민관과학기술위원회 신설 여부가 화두다. 과기부총리제는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된 이후, 이명박 정부 때 과학기술부와 교육부가 통폐합되면서 사라졌다.

10여년 지난 정부조직인 과기부총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생존 모색, 정부부처 간 연구개발 조정과 중복 투자 방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과학기술중심 국정 운영을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를 직접 경험한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을 찾아 과학계 후배들에게 과기부총리제의 필요성을 설파했고, 대선캠프를 다니며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을 비롯해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을 해달라며 설득해왔다. 김 전 부총리는 “과학기술에 우호적인 여론이 있고, 국정 운영 초기인 만큼 좋은 기회”라며 “과학기술부총리제 부활과 과학기술패권 구축을 서둘러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가 기억하는 노무현 정부 시절 과기부총리는 어땠을까?

과학기술부총리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인공제회 출범을 통해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높이고,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를 구축해 체계적인 국가 자원 관리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관계부처장관회의를 3년 동안 28번 회의를 하면서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으로 대표되는 국가 연구개발 로드맵 구축을 이뤄내기도 했다.

김우식 전 부총리는 부총리제의 장점으로 거시적인 관점과 산업부나 국방부 등 부처 간 조율을 꼽았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마련할 수 있고,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예산권을 바탕으로 힘을 가지고 조율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를 찾아 나로호 로켓 조립 과정을 지켜보며 현장 연구자들을 격려하고, 국가우주로드맵을 만들며 국산 로켓 누리호를 비롯한 국가 우주개발 기틀을 마련했던 부분은 현 시점에서도 유효하다”고 했다.

◆과학기술 예산은 나눠주기보다 시리즈로 파고들어야

과학기술부총리가 가진 예산권도 강조했다. 그는 “부총리는 예산권을 가져 부처 간 이해관계 조정이 쉽고, 중복되는 부분도 미리 조정할 수 있다”며 “과기부, 산업부, 복지부 등에서 제목은 다르지만 중복되는 게 꽤 많은데 과학기술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각 부처들에게 ‘나눠주기’ 보다 하나의 계획을 갖고 시리즈로 연속해 파고드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속 민관과학기술위원회가 있다면 굳이 과기부총리가 필요할까? 하지만 그는 둘은 다르다고 했다.

김우식 전 부총리는 “민관과학기술위원회도 하나의 콘트롤타워로 거론되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조직을 실행력을 갖고 밀고 나가려면 권한이 있는 부총리제가 낫다”고 평했다. 이어 “한차례 해본 경험도 있기 때문에 부총리제를 도입한다면 관계장관회의에서는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실행력을 갖고, 예산배분권과 예산 조정권을 바탕으로 권한을 강화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실무위원회에서 관계장관회의를 뒷받침하며 제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원전쟁 대비할 과학기술 패권 경쟁 우위 서야

그의 말이 맞다 해도, 다른 분야 정부조직개편보다 과학기술부총리 부활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건 아니다. 이에 대해 김 전 부총리는 글로벌 정세를 고려했을 때 매우 시급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나면 자원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나선다면 요소수 대란과 같은 사례가 니켈 등 다른 자원으로 이어져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어차피 싸워야 할 문제이고, 경제가 나빠져 자원을 무기로 하는 패권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청와대 용산 이전 이슈보다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유럽과의 협상을 빨리하고, 앞으로 예상될 상황에 대비하는 게 급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자원 전쟁에 대비하려면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것이 바로 과학기술부총리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는 “세계 경제에서 우리가 파고 들어가서 기술을 잡을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빨리 선별해 밀고 나가야 글로벌 패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다”며 “바이오헬스, AI 등과 같은 유망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래 먹을거리를 전략적으로 찾아 투자하고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가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패권국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김 전 부총리는 “세계 각국이 자원 전쟁을 펼치고 나면 발등에 불이 떨어져 이미 늦게 되기 때문에 초조하다”면서 “과학기술로 전 세계 기술패권을 장악하자는 것에 전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할 것이라 생각한다. 효율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과학기술 중심 국정 운영을 통해 우리나라가 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김우식 전 과기부총리는..

▲1940년생 ▲연세대 화학공학과 학·석·박사 ▲전 연세대 총장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현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 ▲현 KAIST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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