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탄소중립위원회 이유진(사진·46) 위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위기가 성큼 다가오는데 폭풍전야처럼 너무 조용하다”며 “세상의 판이 바뀌고 있는데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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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을 공식화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마련(올해 10월 초), 기후대응을 논의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10월 30~31일),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11월 1일~12일)가 잇따라 열린다.
특히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발등의 불’과 같다는 게 이 위원의 지적이다. 탄소국경조정제는 EU로 수출되는 제품 중 탄소 배출이 많은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에 추가 비용을 물리는 제도다. EU는 14일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2023년에 시행한다. 이어 2024년에는 배터리 부문부터 탄소발자국(생산부터 소비까지 제품이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 표시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위원은 “결국 우리 수출기업이 지금처럼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탄소발자국 1순위 적용 대상인 시멘트, 철강업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이 기후대응에 나서고 있어, 선진국이자 G7 정상회의에도 초청받은 우리나라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가 ‘기후악당’ 오명을 벗으려면 정부도 기업도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정부가 해외처럼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되고 체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과거 정부 당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해놓고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에서 ‘기후악당’ 오명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해외처럼 탄소중립이라는 큰 우산 아래 탄소배출 총량관리를 하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기업의 경우에는 기후위기에 따른 재무적·물리적 위협을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위원은 “지금 공시되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는 중요한 데이터가 빠져 있어 진정한 의미의 ESG 보고서가 아니다”며 “앞으로는 기업이 재무적·물리적으로 기후위기 리스크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폐기물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 구체적이고 깐깐해진 기후대응 보고서를 공시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를 위해 이 위원은 “갈등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이견이 불거질 수 있고, 피해를 입은 산업·지역·종사자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이 위원은 “탈석탄·탈내연기관 시점, 전기요금 적정 수준, 신재생 확대 속도, 원전 건설 등 이슈가 산적하다”며 “대책을 마련하면서 보상 체계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눈 가리고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 논의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충분히 투명하게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사회적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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